테마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면 적어도 시장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메시지 정도는 내놓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연초부터 주식시장에 '수소차 바람'이 거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붐이 일기 시작했다.
정부는 친환경적인 수소에너지원을 활용해 자동차·발전 산업 등을 키워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문 대통령도 "수소경제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지난해 연말부터 소위 '수소차 테마' 바람이 불고 있다. 관련주 가운데 벌써 100~200% 오른 종목들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분주하다. 정부가 수소 관련 사업을 육성한다고 하니 사업을 확장해야 할지, 아니면 기획단계에 머물러 있던 것을 실행단계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다.
다시 말하지만 테마주를 이르는 것이 아니다.
사실 수소 바람이 불기 전까지 주식시장에선 정치 테마주가 판을 쳤다. 차기 대선이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낙연 국무총리, 유시민 작가(노무현재단 이사장),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의 관련주는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이들 종목은 실적개선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이 아니다.
경제활성화와 연관성은 더더욱 없다. 모든 것이 학연과 지연, 친분 정도 등의 '카더라'성 소문 덕이다.
대선이 적지 않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테마주가 활개친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한 증권사 스몰캡팀장은 "올해 한국 경제가 좋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로 인해 누구누구와 동문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죽하면 유시민 작가는 "유시민 테마주는 다 사기"라며 "제가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닌데 자기들끼리 돈 갖고 장난치는 거다. 저를 좀 그만 괴롭히라"고 했을 정도다.
주식시장에서 주가 상승은 기대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등을 선반영해서 움직인다. 문재인정부는 올해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년인사회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문재인정부 경제팀은 '소득주도' 성장을 줄기차게 역설했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오히려 최저임금 상향조정,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서민경제는 팍팍해졌다는 소리가 가득하다.
경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고 '천수답'처럼 손을 놓은 채 글로벌 경기가 나아지기만 바랄 수는 없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의 경제활력 제고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 작지만 훈풍이 불고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일 때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면 반드시 살아난다. 지금은 그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kjw@fnnews.com 강재웅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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