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천=한갑수 기자】인천시민들이 3000명 이상 온라인 청원에 동의하면 시장이 답변하는 시민청원제도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애매한 표현의 알맹이 없는 답변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18일에 이어 22일에 ‘청라 소각장 폐쇄’ 온라인 시민청원에 대한 영상 답변을 통해 “시민들이 수용하지 않는 한 소각장을 증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청라 소각장은 2001년 당시의 폐기물 발생량을 감안해 500t 용량으로 설치·가동돼 왔고, 현재 가연성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용량이 포화하는 추세로 새 소각설비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관계 부서와 전문가 등을 통해 재검토를 지시했고 기본계획을 수정했다”며 “폐기물 감량화 방안, 소각장 용량 및 증설·폐쇄·이전 여부 등을 모두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늘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청라 소각장의 증설이 필요하지만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증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시장이 청라 소각장을 증설하지 않으려면 다른 지역에 있는 소각장을 증설·신규 건립하거나 쓰레기가 늘어나지 않게 하는 등의 특단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천시는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 시장은 청라주민들이 소각장 증설에 반대하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소각장이 증설되거나 신규 건립되는데 찬성할 거라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박 시장의 답변에 대해 시민청원을 제기한 청라주민들도 "실망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또 박 시장은 “올해 3월이면 수도권 대체매립지 용역 결과에 따라 인천시 환경정책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2019년은 서구가 달라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대체매립지 후보 3곳을 선정하는 용역이 3월에 완료돼 결과가 나온다.
대체매립지 후보지가 서울시 주택가 한복판에 선절될 리는 없으니까 인천이나 경기도에 세워질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경기도에 후보지 3곳 모두를 선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면 경기도와 인천에 나눠 선정할 것이 예상된다.
박 시장은 대체매립지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인천시 환경정책의 대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인천 전체 입장에서 보면 쓰레기 매립지가 서구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질 뿐 달라진 것은 없다.
또 대체매립지 후보로 선정된 지역주민들이 찬성하며 반길리도 없다. 이때도 지역주민이 반대하는데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매립지 장소가 바뀌었고 직매립이 줄었다고 해서 환경정책의 대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 시장은 자신의 말대로 ‘주민을 시장으로 여긴다’면 인기에 영합하는 말장난 말고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kapsoo@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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