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난이라고요? 동성 간 성폭력, 두 번 우는 피해자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5 08:00

수정 2019.08.25 13:54

-심석희 선수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서 다시 ‘미투 운동’ 불거져
-동성 간의 성범죄 문제도 함께 불거지면서 이와 관련된 전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디자이너 김영세 씨에 대한 동성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며 계속되는 동성 간의 성범죄에 대한 전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30대 남성 A씨가 지난해 9월 유명 패션 디자이너 김영세 씨(65)를 고소했다. 그는 김영세 씨의 자택에서 운전기사 면접을 보던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영세 씨가 자신을 집으로 부른 후 면접과는 관계 없이 “옷을 선물하고 싶다. 나체를 보여달라”며 성추행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세 씨는 자신을 향한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전직 운전기사인 B씨도 비슷한 일을 당한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의 진실 공방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22일에는 양궁계에서 ‘동성 미투’가 나왔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역대학에서 양궁 선수로 활동했던 김미성(21)씨는 동성 선배 B씨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 및 성희롱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선배 B 씨가 다른 남자 선수들 앞에서 가슴을 더듬거나 “클럽가서 아무 남자나 붙잡고 잠자리를 가지자고 해봐라”는 등 성희롱 발언도 일삼았다고 했다. 김 씨는 이러한 상습적인 성추행 및 성희롱에 “너무 비참했고,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또 김씨는 선배 B씨가 중, 고교 시절에도 상습적으로 후배를 성추행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들을 수소문해 자필의 사실확인서를 받았다. 현재 선배 B씨에 대해서는 1심 무죄 선고 후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선배 B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건 모두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건은 공통점이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신고가 늦어 재차 범죄가 일어났고, 이성 간의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동성 간의 성범죄가 이성 간의 성범죄 보다 더 드러내기가 힘들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동성 간의 성범죄가 성적 욕구보다는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출처=서울해바라기센터 홈페이지)
(사진출처=서울해바라기센터 홈페이지)

■동성 간 성폭력, 더 많을 것.. 피해 신고 쉽지 않아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기관 서울해바라기센터 박혜영 부소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문제가 많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동성 간 성범죄에 대한 상담 문의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며 “일반적인 사례에서도 피해 사실이 신고나 상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 동성 간의 성범죄는 사회적 압력이 더 커서 현실적으로 알리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피해자가 동성애자가 아닌 경우에는 “의심을 하지 못한 채 범행이 일어나기 때문에 피해자의 충격이 더욱 크다”고 했다.

그는 “결국 동성 간 성범죄도 이성 간 성범죄와 같이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의 문제”라며 장난이나 단순복종을 강요하기 위한 행위가 아닌 것을 강조했다.

“성범죄 자체의 신고율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결국 모든 종류의 성범죄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동성 간의 성범죄는 2013년 성범죄 관련 법을 개정해 처벌이 가능해졌다. ‘여성’으로 한정되던 성범죄의 피해자를 ‘사람’으로 바꾸고, 유사강간죄를 신설했다.


그러나 제도가 올바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하는 만큼 동성 간의 성범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성미투 #양궁미투 #성범죄

김홍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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