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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웅 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와인잔 들고 받으면 따르는 사람이 난처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4 17:26

수정 2019.01.24 17:29

그냥 보고 있기 민망하다면 잔 받침에 손만 올려두세요
넘치는 정만큼 가득 따르는 분 없죠? 잔 4분의1 정도 채워주면 적당해요
레드와인은 볼이 넓은 잔일수록 공기 접촉 면적 넓어 향 느끼기 좋구요
화이트·스파클링 와인은 좁고 긴 잔..오랫동안 청량감 유지 할 수 있어요
[김관웅 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와인잔 들고 받으면 따르는 사람이 난처해요

지난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400명에게 비즈니스에서 와인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열 중 아홉은 '비즈니스에서 와인이 매우 중요하고, 와인에 대해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열 중 여덟 이상이 '비즈니스에서 와인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점은 이를 잘 뒷받침하는 대목입니다. 오피니언 리더인 기업 CEO의 와인 지식에 대한 부담감이 이 정도이니 일반인에게는 더욱 까다로운 술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와인이 그렇게 부담스럽고 까다롭기만 한 술일까요. 식사 자리에서 늘 와인을 함께하는 서양인도 그렇게 느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소주나 막걸리를 마실 때처럼 와인도 그냥 가볍게 즐기는 술일 뿐입니다. 굳이 멋이나 품격 등 모양을 내는 데 애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와인에 대해 어색함을 갖지 않고 얼마나 자연스런 자리와 분위기를 만드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가 어려워하는 와인 에티켓도 따지고 보면 와인을 더 편안하고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깍듯하고 자연스런 테이블 매너는 상대방에게 편안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역설적이게도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사실은 여기에 있습니다. 와인에는 역사와 문화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 경제에 이르기까지 세상만사가 모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와인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인문지식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적 감각까지 그대로 묻어납니다. 그래서 와인을 "격식으로 마시는 술이 아닌 지식으로 즐기는 술"이라는 말이 나왔나 봅니다.

파이낸셜뉴스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와인의 기본 매너부터 역사, 문화, 종교, 정치, 경제 등 관련 전문지식을 경영일선의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쉽고 생생하게 풀어내는 '김관웅기자의 비즈니스 와인' 기획시리즈를 지면과 온라인을 통해 연재합니다.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테이블에 둔 상태에서 잔 받침에 가볍게 손을 놀려놓으면 된다. 좀 더 예절을 표하고 싶다면 다른 한 손을 살짝 포개면 된다.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테이블에 둔 상태에서 잔 받침에 가볍게 손을 놀려놓으면 된다. 좀 더 예절을 표하고 싶다면 다른 한 손을 살짝 포개면 된다.

와인을 즐길때 가장 먼저 봉착하는 문제가 잔입니다. 소주나 막걸리,맥주,양주 등 다른 술과 다르게 와인은 쓰임새에 따라 잔의 모양과 크기가 다양해 잔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신경이 쓰입니다. 두께가 아주 얇으면서 볼이 넓고 큰 잔이 식사 테이블에 세팅될때부터 초보자들은 익숙치 않은 도구(?)의 등장에 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와인 잔은 왜 이리 큰 걸까요. 일반적으로 와인을 말할때 눈과 코와 입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표현합니다. 레드와인은 자줏빛에서 먼저 고급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잔을 입에 가까이 하면 진한 포도 냄새에 섞인 복합적인 향이 오감과 입맛을 일깨웁니다. 혀로 흘러내리는 와인은 신맛을 기본으로 여러가지 맛을 느끼게 됩니다. 또 입술과 치아 사이를 파고드는 뻑뻑한 탄닌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잔은 이런 향과 맛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얇고 투명하고 크고 넓게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테이블 매너도 바로 잔에서 시작됩니다. 와인을 따를때 받는 사람이 한국식 주법에 맞춰 와인 잔을 들고 받는다면, 또 와인을 따르는 사람이 잔을 가득 채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열에 하나 둘은 아마도 식사 자리에서 큰 소동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보통 와인 잔은 레스토랑에서 서빙되는 보르도 잔을 기준으로 용량이 600mL 안팎입니다. 잔의 두께는 2㎜ 안팎으로 아주 얇습니다. 소믈리에 또는 와인을 서빙하는 직원이 와인을 따를때 우리나라 식으로 잔을 들고 받으면 와인을 따르는 도중에 얇은 와인 잔이 병에 부딪혀 깨질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와인 잔은 반드시 테이블에 놓은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와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죠. 와인 잔을 받을때도 두 손으로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와인 잔의 베이스에 한 손을 대고 받으면 됩니다. 다만, 와인을 따라주는 사람이 아주 연장자이거나 직위가 높아 한 손으로 받기가 부담스럽다면 와인 잔의 베이스를 잡은 손에 다른 한 손을 포개놓는 것으로 한국식 예절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소믈리에나 레스토랑 직원이 와인을 서빙한 후 상대방이 잔을 비웠을 때 상대방에게 와인을 따라주는 경우에도 와인을 너무 많이 따르면 안됩니다. 잔을 가득 채우면 와인 한 병(750mL)이 거의 다 들어갑니다. 밑에 볼이 큰 부르고뉴 잔은 경우 와인 한병으로 부족해 다른 와인 병의 3분의 1 정도를 다 따라야 가득차는 잔도 있습니다. 그만큼 와인 잔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그런 와인 잔에 절반만 채워도 와인 반병이 들어가는 셈인데 상대방이 가느다란 목(스템)으로 잔을 들고 건배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무겁고 아슬아슬할까요. 더구나 힘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여성의 경우는 더욱더 부담스럽겠지요. 자칫 건배를 위해 잔을 부딪히다가 쏟을수 있고 심지어는 와인 잔의 목이 부러지면 와인이 흘러내리거나 크게 다칠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자리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엄청난 소동이 일고 대화로 즐거워야 할 자리는 소동의 뒤처리를 하느라 산만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비즈니스를 망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와인을 따를때는 보통 와인 잔의 4분의 1 정도가 적당합니다. 아무리 많이 따라도 3분의 1을 넘지 않는게 예의입니다. 이 만큼만 따라도 양이 125mL, 150mL로 적지 않습니다.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압니다. 와인 모임을 하다보면 멤버는 보통 5명 혹은 6명 이하가 적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와인 한병을 6명이 나누면 125mL, 5명이 나누면 150mL가 되기 때문이죠. 이 보다 사람이 더 많게 되면 매그넘 사이즈의 와인이나 아예 두병을 준비합니다.

와인잔은 와인의 종류에 따라서도 사용하는 잔이 다릅니다. 레드 와인은 앞에 소개한 대로 볼이 넓고,용량이 큰 잔을 사용합니다.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이 많을수록 와인의 향기를 더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스파클링 와인과 아이스와인은 좁고 더 길쭉한 잔을 사용합니다. 반대로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와인은 공기와 접촉을 줄여야 오랫동안 청량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이트 와인은 잔이 작은 만큼 따를 때는 절반 정도 채우는 게 일반적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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