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5년 11월 현역병입영 대상자로 선정되자 자녀 양육을 이유로 다시 한 번 입대를 미뤘고, 이듬해에는 둘째까지 갖게 되면서 생계유지곤란을 이유로 2017년 3월 인천병무지청에 병역감면을 신청했다.
병역법에는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면 병역 감면 사유로 본다.
■처자식 살길 막막…"요건 안돼"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A씨의 아버지는 사업이 실패해 파산선고를 받았고, 어머니 역시 생활비와 사업실패 등을 감당하느라 큰 빚을 져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도 그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그마저 자리를 비운다면 아내와 두 아이가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그러나 병무지청은 A씨 가족의 재산과 수입 등에 비춰볼 때 병역 감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 해 8월 육군으로 입영하라는 내용을 통지했다.
이에 A씨는 "현역병으로 복무할 경우 아내와 자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서 병무지청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쟁점은 2가지였다. 우선 '가족의 범위'에 생계와 세대를 달리하는 부모와 미혼의 형제자매를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다. 병역법에서 정한 가족의 범위는 부모, 배우자, 미혼의 형제자매를 포함한다.
두 번째 쟁점은 부모와 형제자매를 가족에 넣더라도 생계유지가 불가능할 경우 병역 면제자(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을 수 있느냐다.
■"사실상 생계유지 불가"
1심 재판부는 A씨의 가족에 아내와 부모, 여동생 등 4명의 부양의무자가 있는 점을 들어 병역감면 대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재산과 수입이 가족의 것으로 함께 잡힌 점도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헌법상의 의무인 병역의무는 그 의무이행의 면탈을 방지해야할 공익적인 일표성이 매우 큰 영역"이라며 "생계유지곤란을 사유로 한 병역감면 대상의 해당 여부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가족의 범위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놓으면서도 A씨의 가정이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였다.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부모와 미혼의 형제자매는 당연히 병역법이 정한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A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지만, 이들이 A씨와 그의 아내, 아이들의 생계를 도울 여력이나 의사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수입만으로는 스스로의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벅차고, A씨가 독립할 때도 어떤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오히려 A씨의 부모는 A씨와 그의 아내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는 바람에 두 사람은 신용불량에 시달리는 부담만 겪고 있는 상태다.
재판부는 "병무지청은 생계곤란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A씨의 가족 범위에 대해서만 심의 안건으로 다뤘을 뿐 이들을 가족에 넣더라도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심의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고려 없이 생계곤란 병역감면 거부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입영처분도 위법해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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