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에게 '플래시댄스'(1983)는 청순한 여주인공 제니퍼 빌즈의 섹시한 춤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첫사랑의 그녀, 손예진이 '작업의 정석'(2005)에서 연출한 물벼락 댄스가 바로 이 영화를 모방한 것이다. 당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플래시댄스...왓 어 필링 Flashdance…What A Feeling'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노래 '스릴러 Thriller'를 정상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히트했다.
배성혁 예술기획성우 대표가 웨스트엔드 뮤지컬 '플래시댄스'를 국내 소개한 데는 그때 그 시절의 강렬한 추억 때문이다. "재수할 때 흠뻑 빠져 대여섯을 봤고, 노래는 얼마나 인기였는지 1985년까지 나이트클럽, 커피숍, 빵집에서 주구장창 틀어댔다"고 회상했다. 한국 뮤지컬시장은 2030대가 주류지만, 그는 이 작품이라면 5060대 중장년층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니퍼 빌즈는 일부 춤추는 장면에서 대역을 썼지만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인 뮤지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세 살 때부터 발레리나인 이모에게 춤을 배워 탭 댄스, 재즈, 라틴 댄스 등 웬만한 춤은 다 출줄 안다는 여주인공 샬럿 구치는 무대 위에서 '에너자이저'가 따로 없다. 영국 보이그룹 로손의 리드 싱어로 '플래시댄스'로 뮤지컬 데뷔한 남자 주인공 앤디 브라운은 이런 그녀를 두고 "강철 여인"이라고 불렀다.
섹시하면서도 강렬한 춤의 향연, 인기 팝송이 흘러넘치는 주크박스 뮤지컬. 누구나 예상하듯 '춤과 노래'가 강점인 이 영화는 그야말로 단련된 몸을 가진 청춘남녀가 쉬지 않고 춤추고 노래한다. 그 호흡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매니악 Maniac' '맨헌트Manhunt' '아이 러브 로큰롤 I Love Rock and Roll' 등이 나올 때는 무대 위 배우들의 열정에 부합하는 뜨거운 리액션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그렇지 못한 국내 뮤지컬 관람 문화가, 뻣뻣한 내 몸이 미안할 지경이다.
마지막 모든 출연진이 뮤지컬 넘버를 메들리로 부르면서 춤추는 무려 8분간의 커튼콜에서나마 용기를 내 몸을 흔든다면, 보다 만족스런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연진의 '피, 땀, 눈물'을 생생히 느끼기에 세종문화회관 무대가 너무 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뮤지컬 덕분에 오랜만에 기억 저편에 있던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비교의 결과는 사람마다 다를테고, 원작은 안봐도 관람에 지장 없다. 참, 그 유명한 '물벼락 댄스'가 실제로 재현된다. 인터미션 바로 직전. 공연은 2월 17일까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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