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탄 술마시면 10~15분뒤 의식없어…심하면 사망
동공 풀리고 콧물이 흘리고…최대 12시간까지 깊은잠
(서울=뉴스1) 김규빈 인턴기자 = "화장실에 다녀와서 테이블에 있는 칵테일을 마셨는데 다음날 일어나니 아무 기억도 안나고 며칠간 어지러웠어요. 친구랑 같이 있지 않았다면, 나쁜 일을 당했을지도 몰라요."
최근 강남의 한 클럽에서 액체로 된 일명 '물뽕'(GHB)'을 탄 술을 마시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GHB가 섞인 술을 마셨을 때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이용희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임상강사는 "클럽, 술집에서 약물이 포함된 술을 마신 뒤 의식을 잃은 친구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이런 경우 마약진단키트가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먼저 소변검사를 받은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GHB(Gamma Hydroxy Butyrate·감마 히드록시 부티르산)는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흥분을 가라앉히는 약물이다. 이 약물이 몸에 들어오면 10~15분 이내로 동공이 풀리고 콧물이 나오다가 갑자기 쓰러지게 된다. 최소 3시간에서 최대 12시간까지 잠에서 깨지 않는데, 술에 취한 사람과는 다르게 주변 사람이 뺨을 때리고 차가운 물을 끼얹어도 절대 잠에서 깨지않는다.
이 약물을 섭취한 사람들은 스스로 숨을 쉬는 게 어려워 '흡인성 폐렴'을 호소한다. 숨쉬는 게 어려울 경우 응급실에서는 인공 기도 삽관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과량이 몸에 흡수된 경우에는 폐 근육 움직임을 막아 호흡이 멈출 수 있다. 심하면 혈액순환을 막아 뇌사 혹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1년 마약류로 지정됐으며 케타민(마취제), 플루니트라제팜(불면증 치료 약물) 등과 더불어 3대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고 있다.
GHB 등을 물에 타서 마시면 짜고 씁쓸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무색무취이고, 물과 잘 섞이기 때문에 감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마시거나 향이 진한 와인이나 칵테일 등과 섞으면 알아채기 더더욱 힘들다. 비슷한 작용을 하는 약물에는 졸피뎀 등의 수면제가 있는데, 이것도 술에 섞어 마시면 깊은 잠에 빠져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간은 '마약'보다 '술'을 먼저 분해하기 때문에 술에 이런 향정신성 약물을 타서 복용하면 약효가 더 오래가게 된다. 다만 12시간이 지나면 우리 몸에서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검출하기는 쉽지 않다. 평소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중인 사람이라면 당일 GHB를 마시지 않았어도 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GHB와 반대 효과를 내는 여성 최음제(암페타민)를 술에 섞어 마시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이 마약류를 술과 섞어 마시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기분을 붕 뜨게 하고, 흥분한다. 평소보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신경들이 과다하게 흥분된다. 이 때문에 다음날 몸이 피곤하고 힘이 없어지는 탈진 현상이 발생한다. 과량 투여되면 혈관이 수축돼 뇌출혈, 심근경색, 환각, 환청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심정지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신경안정제(벤조디아제핀 계열)를 투여하는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이용희 임상강사는 "타인이 준 음료는 가능하면 마시지 않고, 본인이 직접 음료수를 개봉하는 것이 좋다"라며 "주량보다 적게 술을 마셨는데, 정신이 몽롱해지면 즉시 도움을 요청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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