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금융위, 모든 암호화폐사업 금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에도 ‘가상통화펀드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이란 보도참고자료로 업계를 뒤흔든 바 있다. 이른바 ‘답정너’다. 업계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금융당국의 답은 정해져 있으니, 암호화폐 관련 업체는 무조건 문을 닫아라’다. 이번에도 ‘답정너’ ICO 실태조사 결과로 업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표 내용만 보면 모든 ICO 업체는 무인가 금융투자업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 아니냐”며 “반대로 블록체인 프로젝트 현황에 대한 당국 입장을 읽으면 기존 사업체들이 진행하는 ‘리버스ICO’는 괜찮다는 것인지,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된다는 것인지 더 불투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22개 업체 실태 파악 후, ‘ICO불허’ 고수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 방침을 발표한 후, 약 16개월 동안 구체적인 법적근거 마련이나 정책 가이드라인 없이 정책에 손을 놓고 있었다. 지난해 ICO 실태조사를 거친 뒤 정책입장을 내놓겠다며 24개 업체에 질문지를 보낸 후, 22개 업체로부터 수집한 답변으로 "여전히 ICO는 위험하다"고 결론 내버렸다. 질문지를 보낼 때는 조사목적이나 조사결과의 활용도를 조사 대상 업체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이 진행 중인 ICO가 이미 100여개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는 정책근거로 활용하기에 턱없이 빈약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정책에 손대지 않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국회의 ICO 정책 권고도 무시한 정부
이번에도 ICO 관련 법·제도 정비 계획 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암호화폐 관계부처로 꼽히는 국무조정실, 금융위·금감원,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중소벤처기업부가 투자자 사기 피해 가능성과 국제동향만 파악한 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국회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국회 4차특위) 소속 여야의원이 1년이란 시간동안 민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투자자 보호 대책을 전제로 ICO를 허가해야 한다’고 정책 권고를 한 것도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 4차특위 2기로 활동한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현재 정부는 규제를 하는 방법 중에 가장 손쉽고 정부 당국 입장에선 세세하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라는) 강력한 규제로 산업 전체 불씨를 다 꺼뜨리고 있다”고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 희망 ‘금융규제 샌드박스’ 접목해야
정책 당국이 ‘모든 형태의 ICO 전면금지’란 틀에 갇혀 있는 동안, 세계 각국은 증권형 토큰 발행(STO)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암호화폐 정책 주관부처는커녕 용어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사이, 금융선진국들은 증권형 토큰을 ‘차세대 유망 산업(The next big thing)’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마지막 카드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다. 증권형 토큰과 유·무형 실물자산 토큰화(STO) 등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최대 4년(2년+1회 연장) 동안 기존 규제라도 면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B업체 관계자는 “보다 공격적인 샌드박스 운영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ICO와 STO를 진행하는 기업들을 무조건 사기라고 낙인을 찍을 것이 아니라, 규제 특례를 적용하거나 사후 신고제를 통해서라도 정부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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