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난방도 제대로 못갖춘 비좁은 방서 지내
"지자체나 단체 도움 없으면 살아가기 막막하다"
(대전ㆍ충남=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설. 그리운 고향과 가족을 찾아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로 붐벼 전국이 들썩인다. 이 분주한 풍경 뒤로는 어느 때보다 가족 온기가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외로움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지만 이맘때는 다시금 가슴 한켠이 시린 독거노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설 연휴에 찾은 대전역 인근의 쪽방촌 사람들은 추운 날씨 탓인지 하나같이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곤 촘촘히 웅크리고 있었다. 주로 독거노인들이 있는 이곳에는 얼마 전 구호품으로 지원된 연탄이 곳곳에 쌓여 있다.
쪽방촌 길목 어귀 허름한 여인숙에는 정모씨(67·여)가 살고 있다.
정씨는 건물 2층에 거주, 성치 않은 무릎으로 높은 계단을 힘겹게 오르 내려야 한다. 겨우 누울 수 있는 2평 남짓의 좁은 방에는 옷가지와 살림살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과 노인연금으로 살고 있지만 몸이 성치 않아 병원비로 다 쓰는 형편이다”며 “난방을 밤낮으로 2시간 정도 틀어줘 전기장판이 없으면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씨는 노인 기초연금 인상이 반갑지 않다고 했다. 기초생활 지원금과 기초연금을 함께 수령하면 지원금이 연금만큼 삭감된다는 사실이 정씨는 마뜩치가 않다.
30살에 부모님을 여의고 지금껏 홀로 살아왔다는 정씨는 공과금이 부담돼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했다. 그리워할 가족도, 의지할 곳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60)의 상황도 정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는 평소에는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며 끼니를 해결한다. 김씨 방 역시 겨우 몸을 뉘일 수 있는 2평 남짓으로 좁다. 지원받은 연탄으로 간신히 겨울을 버티고 있지만, 이마저도 금세 동 날까 걱정이다.
김씨는 군산 새만금이 고향이라고 했다. 그리운 고향에는 하나뿐인 가족인 김씨의 누나가 가정을 꾸리고 있다.
김씨는 이번 명절에는 고향을 찾을 생각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과 그리운 고향을 찾을 생각에 김씨는 벌써부터 즐거워 보였다.
영세한 독거노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쪽방촌이 아니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전 중구 선화동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강모씨(61·여)는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씨는 “명절만 되면 이집 저집이 다 시끄러워 더 서글퍼진다”며 “명절때면 외로움이 더 커져 반갑지가 않다”고 말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지금껏 홀로 지내왔다는 강씨는 외로움을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기 위해 선화동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지자체에서 아직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강씨는 “한쪽 손이 불편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당장 재개발로 세든 집이 철거되면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지자체나 지원단체로부터 물품과 식품 등의 지원이 없으면 당장 살아가기가 막막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시의 65세 이상 노인 18만8530명 중 독거노인은 4만6477명으로, 노인 4명 중 1명이 홀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가 9858명, 일반 노인이 3만6619명으로 상당수의 독거노인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는 현재 약 300세대 45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생계가 어려운 영세민들이다. 이들 중 의지할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노인의 수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설 연휴동안 쪽방촌 주민들에게 식사를 지원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할 계획이다. 명절 당일에는 주민들을 모아 공동 차례도 지내고 윷놀이판도 벌릴 참이다. 주민들의 표정도 밝다. 이곳의 도움에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도 없이 보내야 할 명절의 쓸쓸함은 다 메울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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