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외교경로 통해 한국 측에 공식항의
'히로히토 전 일왕=전범' 취지 언급에 격앙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왕 또는 일본 총리의 사과 문제를 거론한 사실과 관련한 일본 측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TV아사히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문 의장 발언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즉각 외교경로를 통해 '이번 발언엔 심히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극히 유감스럽다'는 뜻을 한국 측에 엄중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는 동시에 사과와 (발언) 철회도 요구했다"고도 말했다.
아베 총리가 '깜짝 놀랐다'는 문 의장 발언은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다.
문 의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 상황에 대해 "총리가 일본을 대표해 한 마디만 하면 (해결)된다. 아니면 나로선 곧 퇴위하는 일왕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로 아베 총리나 올 4월 말 퇴위 예정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사과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문 의장 인터뷰 가운데 유독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에 초점을 맞춰 "발언을 조심해 달라"(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 등 날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 이는 문 의장이 이번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을 선언한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의 아들이다.
이와 관련 후지TV는 "히로히토 전 일왕은 일본의 (2차 대전) 전범을 재판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 전범재판) 때 피고석에 앉은 사실이 없다"고 보도했다. 즉 히로히토 전 일왕은 '전범'이 아니란 얘기다.
일본 측에선 블룸버그 보도 당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주일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문 의장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가 조현 외교부 제1차관에게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문 의장 본의와 다르게 보도된 측면이 있다', '문 의장은 한일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길 바란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