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항의에 '곤혹'
사과없이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 등 기존입장 고수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5·18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린 국회 공청회를 주최해 논란의 중심이 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광주를 찾았다가 성난 광주민심에 곤욕을 치렀다.
김진태 의원은 12일 당권 주자 자격으로 지역당원 간담회를 위해 광주 북구 중흥동 자유한국당 광주시당·전남도당사를 찾았다.
김 의원의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사 앞은 '5·18을 사랑하는 모임'과 '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명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김 의원이 도착하기 1시간30분 전인 오전 9시쯤부터 당사 앞에 모여 김 의원을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형사과 강력 1개팀과 기동대 등 경찰력 150여명을 배치해 만일을 대비했다.
오전 10시30분쯤 흰색 카니발 한 대가 김 의원의 사진이 래핑된 버스와 함께 당사 앞에 나타났다.
시민들은 차례로 버스와 이동하는 카니발을 둘러싸고 '5·18 역사왜곡 자유한국당 해산하라'라고 적힌 피켓 등을 이용해 격렬히 항의했지만 김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 와중에 제3의 차를 이용해 당사 뒷문으로 들어갔다.
간담회에 앞서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김 의원에게 한 시민이 쓰레기가 담긴 파란 봉투를 던졌다.
김 의원이 쓰레기에 맞지는 않았지만, 취재진에 섞여 당사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신원미상의 이 남성의 돌발행위에 간담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당원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며 경찰을 찾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구석에 머물던 김 의원은 이내 장내를 정돈시키고 당원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10여분간 이어진 문답에서 김 의원은 "저도 (5·18 유공자와) 아픔 같이하는 사람이다. 진의가 왜곡됐다"면서도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는 것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원은 공청회에서 이종명·김순례 의원 등이 5·18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한 것에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한 발언이 아니라며 발을 뺐다. 그는 "그분들은 주관적 의견을 말한 것 뿐이고 평가는 객관적으로 내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해 모든 국가유공자 명단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보훈처 입장에 대해 김 의원은 "제가 아는 한 피해자 분들조차도 명단 공개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많다"면서 "6·25 참전용사이고 유공자인 제 아버지가 저는 자랑스럽다. 참전용사와 마찬가지로 5·18 유공자 분들도 그러지(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자가 법에 따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재차 묻자 김 의원은 "또 질문하시죠"라며 답을 회피했다.
당원간담회에 참석한 당원들은 그제서야 김 의원과 취재진을 향해 이야기를 건넸다.
당원들은 "왜 개인정보라고 공개를 안하느냐. 떳떳하게 해야지", "의로운 민주화운동을 했다면 (명단을) 공개해야지, 왜 안하느냐"는 한 당원의 말에 "맞다"고 소리치며 호응했다.
당사 밖에서 문을 흔들며 거세게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저 사람들은 5·18 유공자들이 아니다. 통합진보당 같은 데서 온 사람들이다"는 말을 한 당원도 있었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은 당사 밖에서 잠긴 출입문을 흔들며 김 의원을 규탄하는 발언을 토해냈다.
10분 가량 자신의 입장을 밝힌 김 의원은 오전 10시54분쯤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당사를 나섰다.
시민들은 차로 이동하는 김 의원에게 사과와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을 둘러싼 당원들과 시민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김 의원은 경호원과 당원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검은색 벤츠 S클래스에 올랐다.
김 의원이 떠난 후에도 일부 시민과 당원들은 욕설이 섞인 언쟁을 벌어졌다.
이를 지켜본 한 5·18단체 관계자는 "비폭력으로 우리의 뜻만 알리자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국 김진태 의원이 바랐을 모습이 연출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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