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아파트 벽에 '주먹'만한 균열이…'붕괴우려'에 3년째 불면의 밤

뉴스1

입력 2019.02.13 07:00

수정 2019.03.26 17:51

인천 동구 삼두1차아파트 벽이 심하게 갈라져 있다.(비상대책위 제공)© 뉴스1
인천 동구 삼두1차아파트 벽이 심하게 갈라져 있다.(비상대책위 제공)© 뉴스1

삼두1차아파트 화단에 생긴 싱크홀.(비상대책위 제공)© 뉴스1
삼두1차아파트 화단에 생긴 싱크홀.(비상대책위 제공)© 뉴스1

인천 삼두1차아파트 주민 600명 불안감 호소
"3년 전 아파트 밑 관통하는 지하터널 공사 때문"

(인천=뉴스1) 강남주 기자 = 인천 동구 송현동에 있는 삼두1차아파트 주민 600여명은 매일 밤 잠을 설친다. 외벽·내벽 할 것 없이 균열투성이에다 지반침하도 심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탓이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아파트 밑을 관통하는 지하터널 공사 때부터 3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한 주민은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면 대부분 만성이 생겨 무뎌지는데, 이 놈의 불안감은 3년이 넘어도 없어지질 않는다”며 “날이 갈수록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13일 삼두1차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주민들이 이같은 불안감을 호소한지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나아진 게 없다.


작년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정밀안전진단을 받기로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세부내용에 대한 입장차가 커 답보 상태다. 주민들은 지하터널 공사와 아파트 균열·지반침하의 연관성을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시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밀안전진단은 주민들이 이주하거나 보강공사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첫걸음이지만 시공사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게 됐다.

13층짜리 2개동 264세대, 6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1984년 준공)에 이상이 생긴 것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지하터널(5.5㎞) 공사가 시작된 2015년 12월부터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멀쩡했던 아파트 벽 군데군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심한 곳은 성인 손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정도로 벌어졌다. 화단 20여 곳에 작은 ‘싱크홀’도 생겼고 지반이 한쪽으로 침하돼 자동차 기어를 중립에 놓으면 침하된 방향으로 굴러갈 정도다.

건물이 뒤틀려 창문·방문이 한번에 닫히지 않는 불편도 많은 세대가 겪고 있으며 최근 받은 가스안전점검에서는 가스 누출사고까지 발생했다. 현재에도 지반침하는 계속 진행돼 균열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이 조사한 균열 건수는 공용부문 100건, 1동 337건, 2동 231건, 상가동 54건 등 총 722건이다.

삼두1차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 모든 문제가 지하터널 공사 이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라며 “아파트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지하터널 공사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이사할 수도 없다. 불안에 떨면서도 계속 이곳에 살아야 하는 이유다.

주민들은 그동안 중재 역할만 해 온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박남춘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 앞서 아파트를 찾아와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우리는 그 약속을 믿고 기다려 왔으나 해가 바뀌어도 달라진 것이 없어 절망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인천시와 시공사는 당장 주민들을 위해 해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는 당사자가 아니어서 주민, 시공사 간 중재 역할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발을 빼고 있고, 시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 결과가 나와야 향후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답했다.

주민들이 시공사 등을 상대로 “52억원을 보상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재판은 다음달 13일 열린다.
민사소송이 통상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들의 불안감은 향후 수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