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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얼죽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3 17:20

수정 2019.02.13 17:20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
'아재 판독 단어'라는 게 있다. 내가 아재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 단어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삼김(김씨 성을 가진 3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삼각김밥),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 생선(생일 선물), 마상(마음의 상처), 시강(시선 강탈), 비담(비주얼 담당),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이 단어들 중 절반가량 해독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이미 아재 반열에 올랐다고 보면 맞다.

최근엔 '얼죽아'로 아재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얼죽아란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의 줄임말인데, 이 단어의 뜻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 이걸 꽤 즐기면 요즘 세대, 이게 죽어도 싫으면 아재란다.
온라인상에는 강추위에도 아이스커피만 고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얼죽아 협회'가 만들어지고 '근래 유례없는 추위로 많은 회원들이 변절의 길을 걷고 있지만 삼가 소신을 유지하여 여름까지 잘 버텨보자'는 장난스러운 성명서가 올라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젊은 층의 이런 취향 때문인지 겨울철에도 차가운 음료가 잘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스타벅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스 아메리카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사정은 다른 커피전문점도 마찬가지여서 이디야커피와 투썸플레이스의 최근 3개월간(2018년 11월~2019년 1월) 아이스 아메리카노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각각 37%, 2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한겨울에도 차가운 음료가 인기를 누리는 현상에 대해 커피점업계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를 기록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날씨는 종속변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젊은 세대의 취향 변화가 오히려 시장 판도를 바꾼 게 아닐까 싶다.
1년 중 7~8월을 제외하면 12월에 아이스크림이 가장 잘 팔린다고 하지 않나. 그건 그렇고 판독을 해보니 난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 아재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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