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 '절명시'와 한용운 애도시 '매천선생' 최초 공개
안창호, 윤봉길, 유관순 수형기록카드 등도 전시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매천 황현의 '절명시'와 안창호, 윤봉길, 유관순 등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수형기록카드) 등 항일독립문화재들이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을 19일부터 4월21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제10, 12옥사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Δ경술국치의 혼란 속에서 독립의 간절한 열망을 품은 '들어가며' Δ독립선언과 3.1운동의 치열했던 현장을 들여다보는 '1부, 3.1운동, 독립의 꽃을 피우다' Δ민족의 희망인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탄생을 살펴보는 '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민족의 희망이 되다' Δ나라의 광복과 환국의 긴박했던 당시를 조명하는 '3부, 광복, 환국'으로 구성했다.
전시의 시작인 '들어가며'에서는 조선 말기 우국지사인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의 '절명시' 등 유물들을 볼 수 있다. 황현은 경술국치에 항거하며 절명시를 남기고 음독 순국했다. 절명시는 칠언절구 4수의 한시로 '대월헌절필첩'에 수록되어 있으며 대월헌절필첩은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그는 시에서 "새 짐승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시름거리니 / 무궁화 세상은 이미 망하고 말았네 / 가을 등불아래 책 덮고 역사를 돌이켜보니 /글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 / 일찍이 나라를 위해 한 일 조금도 없었으니 / 충은 아니요 다만 인을 이루려 함이로다 / 겨우 송나라의 윤곡처럼 자결할 뿐이니 / 당시 진동처럼 의병을 일으키지 못해 부끄럽네"라며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토해냈다.
'절명시'뿐 아니라 그의 후손들이 100여 년 넘게 소장하고 있던 황현 친필 유묵 '사해형제'(四海兄弟), 신문 자료를 모은 '수택존언'(手澤存焉) 등도 최초로 공개된다.
'사해형제에는 황현의 순국을 애도한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애도시 '매천선생'(梅泉先生)이 수록돼 있다. 한용운은 1914년 친필로 시를 써서 황현의 유족들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수택존언'은 황현의 저서 '매천야록'(梅泉野錄) 중 안중근 관련 집필 기초가 되는 자료로 안중근 의사(1879~1910)의 공판기록과 하얼빈 의거 전에 남긴 시 등을 꼼꼼히 스크랩하고 밑줄까지 표시해 수록했다. 매천야록은 황현이 1864년(고종 1년)부터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연월에 따라 기술한 비사로 제6권에 '안중근의 이등박문 사살'과 '사형선고' 등이 기록돼 있다.
'1부, 3.1운동, 독립의 꽃을 피우다'에서는 등록문화재 제730호인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수형기록카드) 등을 공개한다.
안창호, 윤봉길, 유관순, 김마리아 등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 4857명에 대한 신상카드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북한 지역 3.1운동 수감자와 여성 수감자의 활동 상황도 전시한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이원록, 1904~1944)의 친필원고 '편복'과 '바다의 마음'도 공개된다. 이육사의 친필원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이 두 편이 유일하다.
'2부, 대한민국임시정부, 민족의 희망이 되다'에서는 이봉창(1900~1932) 의사의 선서문과 의거관련 유물,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조소앙(조용은, 1887~1958)이 '삼균주의'(三均主義)에 입각해 독립운동과 건국의 방침 등을 정리한'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등록문화재 제740호) 등을 소개한다.
'3부, 광복, 환국'에서는 백범 김구(1876~1949)가 말년인 1949년 쓴 붓글씨인 백범 김구 유묵 신기독(愼其獨, 등록문화재 제442-2호)과 1945년 11월 초판 발행해 한국어, 중국어, 영어 순서로 가사를 배열한 '한중영문중국판 한국애국가 악보'(등록문화재 제576호) 등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22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강의실에서 '항일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활용'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열리고 3월1일부터 31일까지는 국립고궁박물관 전시실에서 '100년 전, 고종 황제의 국장'(가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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