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 발행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자체연구에만 집중한다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 CBDC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반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와관련 최근에는 미국과 ‘G2 전쟁’을 펼치고 있는 중국 인민은행의 CBDC 관련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중국이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한 CBDC 도입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경계
25일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급부상한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기준으로 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치안정 화폐)이 주로 미국의 달러와 연동되는 시장상황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물경제와 연동돼 전자상거래와 해외송금 및 간편 결제 등 온‧오프라인 영역에서 활발히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자체 ‘디지털 화폐 연구소’를 통해 디지털 화폐 관련 소프트웨어(SW) 시스템, 암호화 기술 및 보안 모델, 거래 기기 칩 기술 연구개발(R&D)을 진행할 박사급 전문 인력들을 잇달아 충원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블록체인 관련 특허 보유량도 알리바바, IBM, 마스터카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등과 함께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기관금융사업팀장인 한대훈 이사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70%가 CBDC를 연구 중”이라며 “페이팔,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전자결제 시스템이 이른바 ‘현금 없는 사회’를 앞당긴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구성한 ‘가상통화(암호화폐)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 활동을 1년 만에 종료하고, 자체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태다.
앞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도 올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중국 정부를 꼽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인민은행의 CBDC 연구 동향을 비롯해 정부 주도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할지 여부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BDC, 지하경제 양성화에 효과적
CBDC는 민간이 주도한 암호화폐보다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있는 법정화폐와 더 닮은꼴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는 것은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발행규모와 교환가치 등은 일반화폐와 같다는 게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 측 분석이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CBDC를 도입하면 중앙은행이 자금의 유통경로와 수량을 추적할 수 있어서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화폐 유통 및 관리, 회수 과정에 있어서 비용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며 “다만 시중은행 등 전통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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