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끌이끌] 교사 번호 공개.. "원활한 소통" vs "사생활 침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8 13:59

수정 2019.02.28 13:59

온라인 카페서 유치원 교사 번호 '따는 법' 올라와, 비난여론↑
유치원 및 어린이집 측 '학부모와의 소통', '아이들 학습권 보호' 지적 
교사들 "사생활 침해...교사 존중 필요해"
▲유치원 교사의 번호 ‘따는 법’과 관련,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유치원 교사의 번호 ‘따는 법’과 관련,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편집자주] ‘시선을 끌다 이목을 끌다’. 생각해볼 만한 사회 현상을 가져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명 유치원 선생님 전화번호 ‘따는 법’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이에 ‘유치원 교사의 번호 공개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지난 18일 한 인터넷 카페에 ‘유치원 선생 놈들 전화번호 안 알려줄 때 이 방법 사용해보세요’라는 제목의 캡처 글이 공유됐다. 작성자는 유치원 선생님이 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경우, 번호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이를 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비판적 여론이 퍼졌다. 이들은 “선생님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욕이 육성으로 튀어나왔으므로 댓글 창엔 적지 않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유치원 관계자 “원활한 소통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6월 8~20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1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교원의 96.4%가 학부모 혹은 학생에게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 번호를 공개하고 있는 A유치원 관계자는 “학부모와의 원활한 소통과 학부모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학부모에게 교사들의 번호를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자는 “우리 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업무 규칙상 원아의 안전을 고려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휴대폰 사용을 금지한다. 때문에 학부모 소통은 유치원 행정실로 연결하게 되어있다”며 “번호 공개는 학부모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측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호를 알려주지 않다 최근 번호를 공개하기로 한 B유치원 측 역시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다”며 “학부모와 담임선생님 간 소통을 위해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예 비공개로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있다. 관계자는 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꼽았다.

C어린이집 관계자는 “수업 중 학부모의 전화를 받으면 수업의 흐름이 끊어져 아이들의 학습권이 방해받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은 항상 주의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연락을 받다 보면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시선이 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안은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거쳐 동의를 얻은 것”이라며 “대신 원장선생님의 번호를 공개해 학부모와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유치원 교사들 “사생활 침해.. 교사 존중하는 태도 필요해”
유치원 교사들은 번호 공개에 따른 근무시간 외 연락 및 사생활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같은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로 언제 연락을 받느냐’라는 질문에 ‘근무시간 구분 없이 수시로’가 64.2%로 가장 많았다. 평일 퇴근 후(21.4%), 근무시간 중(11.2%), 주말 또는 공휴일(3.2%)이 뒤를 이었다.

유치원 교사 이모씨는 “업무 외 시간에 전화가 올 때가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교사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이해한다”며 “아이에 관한 문제의 경우 업무 외 시간에 연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외의 이유로 연락을 하는 건 조금 아니지 않냐”며 “‘카카오톡 프로필에 아이들 사진이 없는데, 아이들한테 무관심한거 아니냐’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모씨의 동료 교사는 “사생활 침해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며 “이전에 근무한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이 유치원 교사 프로필을 캡처해 공유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가 교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은 자유고 아이를 맡겨 놓은 부분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사진을 공유하며 비판을 가하는 것은 지나친 행위 같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30년째 유치원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강모씨는 “아이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사, 유치원, 학부모 간의 믿음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우리 유치원도 교사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있지만, 학부모들 역시 교사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며 “업무시간 외에도 과도한 ‘교사다움’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치원 #교사 #전화번호
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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