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밤샘도 퇴사도.. 대행서비스, 이것까지 대신 해준다고? [소소韓 궁금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2 09:19

수정 2019.03.02 09:19

[사진=배민라이더스 홈페이지 캡쳐]
[사진=배민라이더스 홈페이지 캡쳐]

■ 음식 배달부터 줄서기까지.. 일상 침투한 대행서비스

대행서비스, 일정 금액을 받고 특정 업무나 행동을 대신 해주는 것을 뜻합니다.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행서비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1인가구의 증가, 배달 주문의 편리화 등으로 음식 배달대행이 활성화됐습니다. 식당은 배달 전문 직원을 따로 고용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은 원래 배달 받지 못했던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서로 윈-윈인 서비스 입니다. 제가 자주 방문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포장주문을 받아가는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결혼식 하객을 대신해주는 '하객대행'은 꽤 유명한 대행서비스입니다.
알바사이트에는 '전문' 하객알바를 모집한다는 글이 심심치않게 올라옵니다. 하객을 고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좋기에, 업체를 통해 철저히 교육받은 알바생들이 실전에 투입됩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어색함 없이 다가서야 하기 때문에 붙임성은 필수로 요구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대신 줄을 서주는 줄서기대행도 있습니다. 이른 시간에 나서야 하거나 몇날 며칠 밤을 지새워야 하는 고난도의 줄서기 등에 활용됩니다. 신제품 런칭 이벤트, 콘서트 굿즈 구매, 인기강사 수강신청, 모델하우스 청약접수까지 그 분야도 다양합니다. 줄서기 난이도에 따라 금액도 달라집니다. 줄서기대행을 직접 이용해봤다는 30대 남성 A씨는 "추운 겨울 밤샘 줄서기에 대행을 세웠는데, 기존 시세의 2배 이상을 지불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대리찍사, 대리티켓팅.. 들어는 봤니?

예상 외로 이 대행서비스가 활성화된 영역은 '덕질' 입니다. 아이돌이나 배우 덕질판에서는 대행서비스라는 말 보다는 '대리'라는 단어를 주로 이용합니다. '대리'라는 말이 붙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만능 용어가 됐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가장 먼저 대리찍사가 있습니다. 찍덕(사진찍는 덕후)들을 대신해 사진을 찍고 이를 판매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찍덕들은 시간상 직접 갈 수 없는 스케쥴에 대리찍사를 고용합니다. 인기 최정상 아이돌의 출연으로 티켓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공연의 경우 대리찍사가 멤버별로 판매하는 사진을 구입한다네요.

대리티켓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티켓팅은 덕질의 생명과도 같습니다. 내 아이돌의 콘서트, 내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의 앞자리를 사수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똥손'인 나를 믿을 수 없기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대리티켓팅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지나치게 비싼 금액을 요구한다거나, 티켓팅에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굿즈를 대신 구매해주는 대리구매, 사인회 CD를 대신 구매하고 응모까지 해주는 대리응모, 심지어는 덕질에 필요한 돈을 대신 입금해주는 대리입금 등이 존재합니다. 다만,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이므로 금전 사기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당장 퇴사하고 싶다고요? 대신 해드립니다"

[사진=사직서 홈페이지 캡쳐]
[사진=사직서 홈페이지 캡쳐]

대행서비스는 일상 속 곤란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는 직장인의 영원한 딜레마 '퇴사'입니다. 지난해 일본에는 퇴사를 대신 처리해주는 대행업체가 등장했습니다. 언론 보도 이후 동종 업체가 30여곳 이상 생겨났을 정도로 인기라네요. 우리나라에도 최근 비슷한 업무를 처리는 퇴직대행업체가 생겼습니다. 사직서 제출부터 사후 서류 처리까지 퇴직에 관한 모든 것을 대신 맡아준다고 합니다.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당일 퇴사'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돼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의뢰인이 원하는 사람을 대신하는 '역할대행'도 존재합니다. 부모대행, 친구대행, 보호자대행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역할대행 업체들은 완벽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연기를 전공한 전문 직원들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곤란한 전화를 대신 걸거나 받아주는 '전화대행'도 있습니다. 쇼핑몰에 환불 요청 전화 걸기, 클레임 거는 진상 손님의 전화받기 등이 주 업무입니다. 임신테스트기나 콘돔 등 직접 구매하기 꺼려지는 제품들을 대신 사다주는 대행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색다른 대행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서비스들처럼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재밌는 사례라 따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혹시, 대리클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언론사의 기사를 SNS로 공유하며 #대리클릭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기사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온라인 기사에는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위해 의문형 제목이 자주 사용됩니다. 별것 아닌 내용에 낚이지(?) 말라며 클릭을 대신 하고 이를 요약해주는 것입니다.

자료를 찾으며 정말 많은 대행서비스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마음먹고 대행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도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편한 생활을 위한 선택지가 늘었다는 사실은 만족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내 생활의 일부가 노출되는 것이기에, '안전한' 대행서비스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행 #대행서비스 #대리


sunset@fnnews.com 이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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