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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는 역사 기억하고 독립지사 예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1 02:06

수정 2019.03.01 02:06

[시흥=강근주 기자] “그날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니 수암면 비석거리로 모여라”. 1919년 3월30일, 통문을 전해들은 수암면 주민이 수암리 비석거리로 모여들었다. 당시 스물여섯 청년이던 윤병소 지사(1893~미상)도 이 소식을 듣고 수암리로 갔다. 그는 각 리에서 모인 2000여명 군중의 선두에서 만세를 부르며 행진했다. 일본 경찰이 해산을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면사무소 근처까지 진출하며 만세 시위를 벌였다.

윤동욱 지사(1891~1968, 당시 수암면 산현리 거주). 사진제공=시흥시
윤동욱 지사(1891~1968, 당시 수암면 산현리 거주). 사진제공=시흥시

◇ 수암면 비석거리 만세운동 성지

이날 수암면 비석거리에 울려 퍼진 ‘만세’는 시흥지역 최대 만세운동이다.
이 지역은 현재 안산시 수암동이지만, 군면 통폐합 이전에는 시흥군 수암면이었다. 1919년 3월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촉발된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시흥시도 만세운동에 동참했다. 1919년 3월24일 소래면 주민의 만세시위를 시작으로 수암면 비석거리, 군자면 장곡·선부·죽율리, 군자면 구장터 등 곳곳에서 독립의 열망이 피어올랐다.

윤병소 지사와 더불어 수암면 비석거리에서 투쟁시위를 이끈 또 한 명의 위인은 바로 윤동욱 지사(1891~1968)다. 흥분한 군중이 주재소와 면사무소를 습격하려 했지만 “독립하면 관공서는 국가 재산이 되니, 국유재산을 털끝만큼이라도 상하게 하지 말라”며 평화적인 만세운동을 독려했다. 태형 90대의 가혹한 형벌을 받은 윤동욱 지사는 경찰의 신문 과정에서 “만세를 부른 것은 조선 독립을 꾀하기 위함이다”며 민족의 자긍심을 높였다.

군자면 거모리에서 광복을 축하하고 있는 주민들(1945.8.). 사진제공=시흥시
군자면 거모리에서 광복을 축하하고 있는 주민들(1945.8.). 사진제공=시흥시

◇ 일제 항거 군자면 주민들

해마다 시흥시 군자초등학교에선 3·1절 기념행사가 열린다. 현재 군자초등학교와 군자파출소 인근은 시흥의 3·1운동이 활발히 이뤄진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1919년 3월29일 군자면 장곡리와 월곡리, 3월31일 군자면 선부리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4월4일 거모리에 수백 명이 운집하면서 확대됐다. 특히, 군자면 죽율리(현 죽율동)에 거주했던 김천복 지사(1897~1968)는 당시 군자면사무소 앞에서 만세시위에 합류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를 이유로 1919년 5월2일 경성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을 받고 옥고를 치렀다.

군자면 구장터(서안산나들목 부근, 석곡산대장)도 기억해야 할 역사적 현장이다. 장현리에 거주하던 스무 살 서당 생도 권희 지사(1900~1955)는 1919년 4월7일 구장터에서 만세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비밀통고를 작성했다. 장수산 지사(1900~1981)가 이를 마을 구장의 집 앞에 두고 주민이 서로 돌려보게 하는 등 비밀리에 만세운동을 계획했지만, 일본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들의 모의는 무산됐다. 가슴에 품은 태극기를 펼치지는 못했지만, 숭고한 그들의 정신은 영원히 남아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김천복 지사 기념비(죽율동 생금어린이공원 내). 사진제공=시흥시
김천복 지사 기념비(죽율동 생금어린이공원 내). 사진제공=시흥시

◇ 시흥 100년을 기억하다

시흥시는 시흥의 3·1운동을 돌아보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3·1운동 기념비를 건립했다. 1995년 8월15일 군자초등학교에 ‘독립운동 유적지’ 비를 건립한 이래로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에는 ‘시흥시 삼일독립운동 기념비’를 세워 시흥지역 만세운동 참여자의 고귀한 독립정신을 알리고 있다.

그날 함성을 주도했던 독립유공자의 고귀한 희생도 기린다. 시흥시는 작년 7월17일 시흥시 죽율동에 김천복 독립지사 기념비를 건립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020년까지 장수산-윤동욱-권희-윤병소 지사의 기념비가 역사적 현장에 들어설 예정이다. 기념비에는 무력진압에도 굴하지 않고 목숨을 내놓은 항일 열사 다섯 분의 애국정신을 기록한다.

2012년 윤동욱 지사 묘에서 처음 시작된 시흥시 3·1절 기념행사는 2013년부터 군자초등학교에서 진행 중이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는 3월1일 기념식과 더불어 주민이 일상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시흥지역 3·1운동 소책자 발간, 유적지 탐방, 독립유공자 힐링캠프 등이 준비돼 있다.

시흥시 제99주년 3·1절 기념식 중 3·1운동 재현 행사. 사진제공=시흥시
시흥시 제99주년 3·1절 기념식 중 3·1운동 재현 행사. 사진제공=시흥시

시흥지역 3·1운동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찾는 여정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시흥시는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구성된 광복회 단체를 설립해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시흥지역 3·1운동 기초조사를 통해 3·1운동 관련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신경희 시흥시 소통협력관 팀장은 1일 “성별, 나이, 계급을 뛰어넘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외쳤던 100년 전 그날의 함성이 오늘의 시흥을 만든 초석이 됐다”며 “시흥시는 역사를 기억하고 독립지사를 예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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