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2차북미회담 결렬 배경 설명…트럼프 기자회견 반박도
호텔 입구 통제 돼 취재진들 사다리 들고 뛰는 진풍경도
(하노이=뉴스1) 배상은 기자,민선희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숙소로 복귀한 뒤 두문불출하던 북측이 10시간여 만에 베트남 하노이에 있던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북측은 1일(현지시간)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 소식이 심야에 긴급하게 전해진 데다 북측이 회담장에 일부 기자들만 들여보내면서 이날 새벽 하노이 멜리아 호텔 앞에서는 급하게 뛰어온 각국 취재진 60여명이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1일 오전 12시10분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리 외무상 등은 전날 하노이 핵담판 결렬과 관련해 그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도 미국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며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이 영변 핵 시설 폐기에 대한 대가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부상은 기자회견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아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이런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지 않았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이 긴급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은 전날 밤 11시쯤부터 기자들 사이에 퍼졌다. 베트남 외교부에서 베트남 기자들에게 먼저 회견 일정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깜짝 기자회견 소식에 우리나라, 일본, 미국 등 각국 취재진 60여명이 황급하게 북측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모였다. 숙소에서 쉬다가 뛰어나온 듯 츄리닝 차림의 기자들도 있었다. 일본 교도 통신의 기자는 "30분 전에 기사 보고 회견 소식을 알았다"고 전했다.
북측 관계자는 모인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비표와 신분증 등을 확인한 뒤 일부 매체를 골라 들여보냈다.
기자회견이 시작됐다는 말에 진입을 시도하다가 "반대쪽으로 돌아가라"는 베트남 공안의 안내에 취재진 수십명이 한밤에 사다리를 들고 뛰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올리버 호트햄 NK뉴스 편집국장은 "30분 전에 속보 보자마자 택시 잡고 뛰어왔다"며 "이렇게 막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입장하지 못한 일부 매체들은 현장에서 바로 생중계를 진행했으며, 매체 간 경쟁으로 도로 한 복판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작은 소동도 있었다.
한편 김정은 북측 국무위원장은 전날 오후 1시30분쯤 숙소로 들어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부터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데, 전날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처음 나서는 공식석상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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