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선박의 교각 충돌 대응매뉴얼 부재 '우왕좌왕'
테러 목적 충돌할 경우...국가주요기반시설 무방비 노출
러시아화물선이 광안대교에 충돌한 사건을 두고 국가테러대응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선박이 테러를 목적으로 교각에 의도적으로 충돌했을 경우 국가적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테러 목적 충돌할 경우...국가주요기반시설 무방비 노출
2일 부산시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선박이 교각에 충돌할 경우 참고할 수 있는 일선대응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각 하부를 통과할 수 없는 선박이 교각을 향해 이동하거나 충돌할 경우, 즉각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선박의 교각충돌 대응매뉴얼 부재...테러 위해 접근했다면 속수무책 당해
문제는 사고를 일으킨 씨그랜드호(Sea Grand·5998t)가 테러를 목적으로 광안대교에 접근했을 경우, 속수무책으로 대형재난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씨그랜드호보다 규모가 큰 선박이 더 빠른 속도로 광안대교에 충돌했다면 자칫 통행하던 많은 운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부산시는 사고 발생 40분이 지나서야 차량통행 제한조치를 취했다. 공식적으로 시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린 건 사건발생으로부터 2시간이 흐른 뒤였다. 씨그랜드호가 요트와 충돌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있던 해경 역시, 20여분 후 발생한 광안대교 충돌 사고를 막아내지 못했다. 부산해경과 해양수산부, 부산시설관리공단 등 관계부처는 사건 발생 수 시간 후까지도 상황파악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선박이 교각을 들이받아 피해를 입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여럿 보고된 바 있다. 1993년 미국 앨라배마 주 ‘모바일 레일로드 브릿지’ 사건이 대표적이다. 바지선이 교각을 들이받은 직후 통과하던 열차가 강 아래로 추락해 승객 47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였다. 2002년에는 오클라호마주 아칸소 강에서 바지선 충돌로 다리가 무너져 운행 중이던 차량 10여대가 강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시민 7명이 사망했다.
■불안한 시민들...'구멍난 정부 테러대응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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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에 폭탄을 싣고 승선해 테러를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발생한 여객선 폭탄테러로 116명의 승객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테러위험에 대비해 2004년 국제해사안전기구(IMO)는 ‘국제 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규칙(ISPS)’을 도입했고, 한국도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을 지난해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광안대교 충돌영상을 직접 본 시민들은 정부의 위기대응이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부산시민 박예화씨(35·여)는 “배가 다리랑 부딪치는 영상을 보고 마치 9·11테러나 재난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몇 년 전에 테러방지법도 만들고 국가차원에서 테러대응을 한다며 떠들썩했는데 정작 술 취한 선장 한 명이 배로 다리를 들이받는데도 아무도 막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진짜 테러가 있으면 어떨까 싶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지자체장과 해경 고위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2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열고 지자체의 위기대응 역량 강화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테러 대응태세 발전, 재해·재난 시 국민 안전보장을 위한 초기 대응체계 확립 등을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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