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 내 어깨를 봐~ 추고 있잖아~”
신학기를 맞아 대학교에 입학한 2000년생, 19학번들은 얼마 전 새내기 새로배움터(신입생 오리엔테이션∙새터)를 다녀왔다.
매년 새터에서는 ‘사발주’, ’의리주’ 등 음주 강권과 성폭력 등 사건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새터가 아닌 술터”, “새터가기 두렵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에 최근 대학가에서도 음주 강권, 성폭력 등 사고 없는 새터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 “음주 강권, 혐오표현 등 자제하자 강연했죠”
“이번 새터에서 접수된 사건 사고는 하나도 없었어요. 혹시나 비공식적인 사고가 있었을지도 몰라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권아영(22) 성균관대학교 사범대 학생회장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2박 3일간 진행한 새터에서 한 건의 사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2개월 전부터 행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매년 있어온 대학 신입생 OT와 관련한 사건∙사고 소식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2학년 학생들도 후배가 처음인 만큼 자연스레 생성되는 권력관계를 주의해야한다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다”며 “특히 후배가 선배의 권유를 거절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레즈샷, 병신샷 등 자주 쓸 수 있는 혐오 표현들과 ‘러브샷’ 등 은근슬쩍 스킨십을 강요하는 술자리 문화도 자제하자는 논의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이 제시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해당 강연을 들은 신입생 및 2학년 학생들의 78%는 “강연이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신입생 A씨는 “생각없이 쓰는 단어에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대학에 들어가기 전 가장 필수적인 교육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도 “강연을 듣고 사람들이 조심하는게 보였던 것 같다”며 강연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술 강권 금지 팔찌'로 이제 음주 강권 OUT!
숭실대학교 총학생회도 술자리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술 강권 금지 팔찌’를 제작했다.
선배들의 권주를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신입생들에게 팔찌를 통해 간접적인 의사표현 수단을 마련해준 것이다.
해당 팔찌는 노란색, 분홍색, 검정색 세 가지 색상으로 각각 ‘마시고 싶지 않다’, ‘적당히 마시겠다’, ‘끝까지 마시겠다’는 뜻을 담았다.
한편 총학생회 측은 “끝까지 마시겠다는 것이 ‘술을 강권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술은 강요하지 말자”고 덧붙였다.
해당 팔찌를 직접 착용한 신입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신입생들은 “권유하는 술을 거절하기 힘들 수 있는데 팔찌가 있다보니 선배들이 알아서 술 양을 조절해줬다”, “팔찌 색깔이 분명하게 보이니 말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학교본부와 학생회가 협력해 만든 안전교육지침
"학생지원센터, 성평등 상담실 등 학교 본부와 협력해 안전교육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김수혁(23)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올해 새터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기준)
그는 총학생회가 학교본부와 함께 안전교육지침을 만들어 혹시 모를 사고 예방과 대처방안 교육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해당 안전교육지침서에는 응급사고 발생시 대처 요령, 음주 사고 및 폭행-성폭행 근절 방안 등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김 회장은 "학생지원센터와 함께 안전교육지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부했다"며 "의과대학 학생회가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법 매뉴얼 제작에 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 "폭행-성폭행 근절 방안 관련해서는 학교 성평등 상담실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며 "성평등 상담실 강사분이 직접 각 단과대학을 돌며 강연을 진행해주셨다"고 전했다.
■ 학교 인권센터 주최, ‘심폐소생술∙하임리히법’ 등 교육
한편 학생회 뿐 아니라 학교 본부 차원에서도 음주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 예방과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성균관대학교 측은 “학교 인권센터 주최로 학생들에게 사전 성폭력 예방 교육 자살 예방교육 등을 시행했다”며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심폐소생술, 하임리히법 등 응급처치법 등도 교육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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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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