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당할 중국이 아니다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국이 반화웨이 캠페인을 벌이자 중국은 최근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보잉 항공기 보이콧을 주도하고 있다고 미국의 워싱턴포트스(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은 항공기 사고가 났을 경우, 미국 항공당국인 연방항공청(FAA)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조치를 미뤘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사고가 나자마자 다음날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항공당국은 지난 11일 국내 항공사들에 보잉 737 맥스8 기종의 운항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에티오피아에서 보잉 737 맥스 여객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은 해당 기종을 60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전일 오전 8시38분(현지시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륙한 보잉 737 여객기는 6분 만에 교신이 끊겼고 이내 추락했다.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149명과 승무원 8명 중 생존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전격적으로 해당기종 운행 금지를 발표하자 잇따라 다른 나라도 이를 따랐다. 13일 오전 현재 20여개 국이 해당기종 운행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특히 유럽연합(EU)도 이에 동참했다.
중국의 이같은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WP는 분석했다. WP는 같은 기종의 항공기가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추락했지만 중국은 당시 미국 FAA의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조치를 미루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격적으로 해당 기종의 운행 중단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무역 분쟁으로 미중 양국이 불편한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은 중국의 화웨이를 집중공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도 미국의 대표적 항공사인 보잉을 이번 기회에 집중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시드니에 있는 항공 컨설턴트인 닐 핸스퍼드는 “중국의 결정에는 분명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항공 당국인 중국민항의 고위 간부는 “지난해 10월 해당 기종의 항공기가 인도네시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미국 항공당국과 보잉사에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질문을 했으나 아직도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일단 운항 중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잉사나 미국 항공당국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은 뒤 해당 기종의 운항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보잉 보이콧을 사실상 주도함에 따라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확고하게 지배하고 있는 보잉의 위상도 다소 흔들릴 것이라고 WP는 전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