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 및 배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이 지난 14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가운데 단톡방 내 불법 촬영물 및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가능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 촬영물 등이 공유된 단톡방에서 방조를 하는 것도 피해자에 대한 가해가 될 수 있으니 '불법촬영물 소지죄'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단톡방에서 침묵해도 처벌 대상
15일 경찰과 업계 등에 따르면 그룹 하이라이트의 멤버 가수 용준형(30)은 정준영이 보낸 불법 촬영 성관계 동영상을 봤다고 시인한 뒤 그룹에서 탈퇴했다. 그는 지난 13일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동영상을 받은 적이 있고 그에 대한 부적절한 대화도 했다. 심각한 문제에 대해 묵인한 방관자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몰카를 찍거나 유포하는 범법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음란한 촬영물을 몰래 찍고 유포한 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의 불법촬영 및 유포죄로 처벌 대상이 된다. 그 영상을 재유포한 경우도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라 처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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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더 올려봐', '또 없냐' 등 적극적으로 불법촬영물을 보내달라고 부추겨서 실제로 영상을 받는 경우에는 형법상 교사 또는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은 경우 처벌 규정은 없지만 침묵이 구체적으로 범죄행위에 조력을 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지현 변호사는 "교사 또는 방조가 정통망법으로 처벌되는 규정이 없긴 하지만 금지되는 행위로 적시돼 있기 때문에 충분히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촬영물 소지죄' 법제화 주장도
그러나 불법촬영물을 보거나 다운로드를 받는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만약 동영상에 미성년자가 등장할 경우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처벌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단순히 가지고 있는것 만으로는 현행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일부 시민단체는 '불법촬영물 소지죄'를 법제화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직접 촬영과 유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방관 또는 동조했던 남성들은 '잘못 걸린' 가해자에게 공감과 측은함을 드러내면서 피해자 여성의 신상을 추적하는 모습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동영상 공유와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2차 가해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국민 공감과 지지를 얻어 섬세하게 법을 제정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촬영물 소지죄' 법제화 논의에 대한 최초 발언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의원이었던 지난해 6월 처음 제안했다. 당시 진 장관은 "최근 불법촬영범죄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불법촬영물 소지죄' 등 국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혜진 변호사는 "최근 피해자들이 '자동올리기' 기능이 있는 클라우드 등 개인 저장공간까지 봐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준영 같은 경우도 노트북 등 다른 저장장치에 저장된 정황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변호사 역시 "다운로드 받은 구체적인 행위를 입증하는 수사가 가능하기 떄문에 소지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만드는 것 자체는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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