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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낮춘 ‘특수거래’ 속속 등장… 집값 계단식 하락 신호탄?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0 17:30

수정 2019.03.20 17:30

‘강북 톱’ 마래푸 84㎡ 11억에 거래.. 작년말 잠실리센츠 3억 싸게 나와
아직은 상속·증여 등 특수인 거래 대출규제로 수요자 자금동원 차질
결국 급매물 거래가 시세로 갈 듯
3억 낮춘 ‘특수거래’ 속속 등장… 집값 계단식 하락 신호탄?

'특수거래=급매물 시세'

최근 서울 주요 대장주 아파트에서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계약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인 간 거래, 가족 간 증여 등 이른바 특수거래가 사실상 현재 부동산 시장을 반영한 급매물 시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집주인이 급전이 필요해 급매물을 내놓으면 시세 대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 낮아도 매물이 팔렸지만 최근에는 3억원가량 낮아야 거래가 돼 시세로 고착되고 있다는 예측이다.

■매수자 자금동원력 ↓, 집값도 ↓

20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강북권 대장주인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23층 전용면적 84㎡가 시세 대비 3억원 낮은 11억원에 거래됐다.

정부가 아파트 공시지가를 인상하면서 세금부담이 커지자 미국 국적인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와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인근 공인중개소에서는 아무리 급매로 팔렸다고 해도 1억~2억원 수준이 아닌 3억원 가까이 낮은 매물이 나온 것을 보고 다들 놀라는 눈치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지난해 8월 최고가인 15억원에 매매계약이 된 뒤 한동안 거래가 뜸하면서 호가가 13억∼14억원으로 낮아졌다.
지난달 15일 전용면적 84㎡ 5층이 14억원에 거래됐고, 급매는 1억5000만원 정도 낮은 12억5000만원선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 11억원에 거래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최저가다.

지난해 12월에도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전용 84㎡ 10층이 시세보다 3억원 낮은 13억5000만원에 매매가 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는 같은 달 거래된 16억5000만원보다 3억원, 9월 실거래 최고가 18억3000만원보다 5억원 낮은 거래였기 때문이다. 결국 계약이 취소되면서 증여성 거래가 아니였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올 초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 183㎡도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낮은 23억원에 거래되면서 특수거래 논란이 컸다. 이 단지의 마지막 실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 39억원이었다.

■급매물이 시세로 '계단식 하락'

업계에서는 단지 내에서 매월 거래가 10건도 안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특수거래가 아파트 전체 시세를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급매의 경우 집주인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실세 시세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대출규제로 수요자들의 자금동원 능력이 줄어들면서 아파트 집값 역시 결국은 급매물 거래가 시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서울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낮아지는 등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도 목돈을 들고 있지 않으면 선뜻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바뀌면서 매수 대기자들이 급매물 실거래 이하로 매물을 원하면 매매가 급한 집주인들은 결국엔 집값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매물을 내놓는 사람은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서 "당장 집값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급매물 거래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집값도 계단식으로 하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 틈타 상속·증여거래 늘어

반면 이런 급매 외에도 집 전체나 지분을 상속·증여하는 거래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실거래가 급매 외에 특수관계인 등에게 저가양도하는 방식의 실질증여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병우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서 부담부증여건은 신고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이상거래로 여겨지는 거래는 급매이거나 실질증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 및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에게 저가양도하는 경우 시세가격과 양도가격의 차액이 시세의 30% 이상이거나 3억원 이상인 경우 사실상 증여로 간주돼 양도세뿐 아니라 증여세가 부과된다. 특수관계인이 아닌 지인이나 친척 등에게 시세의 30% 이상 저렴하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증여세 부과대상이 된다.

우 팀장은 "최근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많다"며 "증여세 부과기준이 되는 '시세 30%'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주택을 저가양도하는 안에 대해 상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세대로 거래할 것을 조언했다"고 말했다.


다만 직전 3개월간(올해 2월 1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상에서는 6개월) 해당 단지 내 비교 가능한 실거래가 없다면 증여세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주택시장에 거래절벽이 계속되고 있어 과세에 허점이 될 수 있다.
우 팀장은 "저가양도 대상단지에 실질증여의 경우 직전 3개월간 거래가 없는 경우 거래사례를 확인할 수 없어 세무조사 대상을 피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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