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대 비위 82건 적발
한국 빙상계의 '대부'로 불렸던 한국체육대학교 빙상부 전명규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체대에서는 전 교수 외에 다른 교수들도 학생·학부모들에게 금품을 받는 등 비리가 만연했으며, 총 82건의 비위가 적발됐다.
교육부는 21일 오전 교육신뢰회복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한체대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에서는 조 전 코치에게 폭행당한 피해 학생들에게 전 교수가 합의를 종용했다고 알려졌던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 교수는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행 피해 학생 당사자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만나 폭행 사건 합의 또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 응하지 않을 것 등을 강요했다. 전 교수는 '졸업 후 실업팀 입단' 등 진로·거취 문제를 압박의 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가 터진 후에도 피해 학생들을 만나 압박했다.
전 교수는 빙상부 학생이 외부에서 협찬받은 훈련 목적 사이클 2대를 가로채기도 했다. 사이클은 각 4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다.
그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입찰 절차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는 한체대 빙상장·수영장을 자신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사설강습팀에 수년간 '특혜 대관' 해주기도 했다.
또 배우자·자녀와 주민등록상 세대가 다름에도 부양가족 변동신고를 하지 않고 2003∼2018년 가족수당 1000여만원을 수령했고, 대한항공 빙상팀 감독에게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면접 지원자의 정보를 보내면서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고 청탁한 사실 등도 함께 적발됐다.
이밖에 한체대의 다른 종목 교수들의 비위 사실도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볼링부의 A교수는 국내외 대회·훈련 총 69차례를 진행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소요 경비 명목으로 1인당 25만∼150만원을 걷은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총 5억9000여만원을 현금으로 챙겼으나 증빙자료를 만들거나 정산하지 않았다. 그중 1억여원은 훈련지에서 지인과 식사를 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무용학과의 B교수는 학생 1인당 6만∼12만원씩 '실기특강비'를 자체적으로 걷어 증빙서류 없이 사용했는데, 배우자와 조카가 학교에 신고 없이 실기특강 강사로 출강해 1700여만원을 챙겼다.
B교수는 학생들에게 나이키 운동복 등 금품을 받기도 했다. 사이클부의 C교수는 학부모 대표에게 현금 120만원을 받았다.
입시 및 학사 관리에서도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한체대는 2010∼2019년 체육학과 재학생 중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교직이수 예정자로 선발했는데, 교직과정 승인 정원 총 240명을 훨씬 초과한 총 1708명을 교직이수 예정자로 선발해 1201명에게 교원자격증을 수여했다.
수시·정시모집 요강에는 2016년 후로 종목별 모집 인원과 상세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문제가 지적됐다. 한체대 대학원에서는 교수들이 원래 업무인 석·박사과정 학생들 논문 및 연구계획서를 지도하거나 시험 출제·채점을 했다는 사유로 수당을 타간 사실이 확인됐다.
최고경영자 과정의 경우 수강생 출석부가 없었다. 출결 여부 확인 없이 총 282명이 수료증을 받았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전 교수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교직원 34명에 대한 징계를 한체대에 요구했다. 또 전 교수를 포함한 교직원 12명은 고발 및 수사의뢰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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