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예술청 공론화 프로젝트' 본격 가동
2018년 5월 1일 문 닫았던 대학로의 상징적 복합문화공간, (구)동숭아트센터. 무려 10개월간 텅텅 비어있던 이곳에 예술가들이 다시 모였다. 3월 20~24일 음악, 설치미술, 영상, 연극 등 다양한 장르예술가 12팀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1. 꽃분홍 원피스에 흰 벙거지 모자를 쓴 여자가 나선형 계단에 누워있다가 귀신처럼 스르륵 일어나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한다. 예부터 동숭아트센터에서 귀신을 봤다는 목격담이 무성했다. 이들은 3월 23~24일 오후 7시 지하 2층 기계설비실 깊숙한 곳까지 스르륵 휘젓고 다닐 예정이다.
#2. 지하 2층 동숭홀. 황량한 검은 극장에 마치 모닥불처럼 스피커 더미가 쌓여있다. 3월 23일 오후 7시 캠파이어를 하듯 이곳에서 고우, 유지완, 최태현의 연주가 펼쳐진다.
#3. 동숭홀 아래 피트 공간. 세월의 두께만큼 먼지가 쌓여있다. 이번 주말(3월 23~24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후 2시까지, 이 컴컴한 곳에서 장장 18시간 동안 10명 이상의 디제이가 쉬지 않고 디제잉을 펼친다. 18세 이하 출입금지.
#4. 1층 소극장. 과거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 나다였던 이곳에서 3월 21일, 22일, 24일 오후 2시~5시 다시 영화가 상영된다. 미완의 영상을 조합하는 실험을 통해 재개관 준비에 나선 동숭아트센터처럼, 뭐든 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구)동숭아트센터를 매입한 서울문화재단이 ‘예술청’ 조성 작업에 본격 나선다. 오는 9월 리모델링(2020년 10월 재개관) 공사에 앞서 예술가, 시민, 재단이 함께 만드는 ‘예술청 공론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하나는 예술청 가치와 운영모델 연구를 위한 개방형 라운드 테이블인 ‘동숭예술살롱’이다. 다른 하나는 예술가와 함께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상상력을 채울 ‘예술청 미래 상상 프로젝트 - 텅·빈·곳’이다.
‘예술청 미래 상상 프로젝트 - 텅·빈·곳’는 향후 공간의 주체가 될 '예술인에게 빈 공간을 건네면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예술가들의 시각에서 공간활용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3월 20일(수)~24일(일) 사전 시범운영되며, 3월 22일(금)~23일(토)은 야간에 진행된다. 예술가들의 실험은 오는 7월까지 이어진다.
개방형 라운드테이블 ‘동숭예술살롱’은 지난 3월 20일(수)부터 진행됐다. 오는 7월 24일(수)까지 격주 수요일 오후 3시, (구)동숭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술청’의 가치와 운영모델 제안을 위한 발제 및 토론 등을 나누는 자리다. 회당 40여 명씩 총 10회 운영된다.
현재 (구)동숭아트센터는 설계공모를 거쳐 ‘Found space’ 라는 콘셉트로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서울문화재단 김종휘 대표이사는 “(구)동숭아트센터가 가졌던 예술적, 문화적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예술청 공론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사전 시범운영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예술청 공간활용에 대해 예술가들이 상상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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