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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이라더니"…대전 유성시장 역사 현장 사라질 위기

뉴스1

입력 2019.03.23 09:43

수정 2019.04.01 10:31

대전 유성시장 장터공원에 세워진 을미의병효시기념비 © 뉴스1
대전 유성시장 장터공원에 세워진 을미의병효시기념비 © 뉴스1

박정기 장대B구역 개개발 해제 주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가운데)이 22일 유성구청 3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뉴스1
박정기 장대B구역 개개발 해제 주민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가운데)이 22일 유성구청 3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뉴스1

재개발 사업에 을미의병, 3·1 만세운동 발자취 사라질라

(대전ㆍ충남=뉴스1) 김종서 기자 = 일제 강점기 독립 만세운동의 역사가 담긴 대전 유성시장이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전 유성구 장대동에 위치한 이곳은 5일마다 재래시장이 열리며 10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전국에서 보따리 상인이나 사람들이 몰려 골목마다 빼곡히 행상이 들어서는 등 시민들의 추억과 애환이 서렸다.

유성시장 입구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보이는 장터공원. 그곳에는 '을미의병효시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당시 진잠(현 유성구 진잠동) 현감을 지낸 문석봉이 분개해 국수보복을 내세워 을미의병을 일으킨 장소다.


기념비에는 "이곳 장대동은 유성을 비롯한 대전 일대의 사민들이 을미사변으로 시해된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킨 역사적 현장이다"며 유성시장의 역사적 의미를 전하고 있다.

또 "100여 년 전 유성의병의 기개가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며 이곳의 의미가 앞으로도 계속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유성시장은 1919년 3월 16일 약 300여 명이 궐기한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3월 31일과 4월 1일 등 모두 3차례의 만세운동이 벌어진 장소이기도 하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3월 16일 이권수와 이상수가 주도해 오후 1시경 유성시장에서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3월 31일 약 200여 명이 유성시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운동을 전개, 4월 1일 김직원과 박종병이 주도해 1100며 명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유성시장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유성시장 일대는 9만 7213㎡ 부지에 지하 4층~지상 49층 규모의 아파트 3072가구 및 오피스텔 216실을 짓는 장대B구역 재개발 사업지다.

이로 인해 수십여 년 간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상인, 주민들이 주민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전면 철거를 반대하고 보존 및 발전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재개발이 이뤄지면 유성구는 시장 앞쪽 천변에 새로 장터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자리에 있던 역사 현장은 사라지게 된다.

대전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애국지사를 초청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3·1운동을 재연하는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했지만 정작 오래도록 지키고 보존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야할 역사 현장은 외면하고 있다.

유성구도 구역 내 구유지 개발에 동의를 한 상태지만 지난 22일 대책위 기자회견에서 동의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날 유성구청에서 열린 '유성시장 재개발 지역 구유지 동의에 대한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정기 장대B구역 재개발 해제 주민대책위원장은 "을미의병 발생지이자 3·1 만세운동이 3차례 전개된 이곳 유성장터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섰던 역사의 현장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 의무"라며 "역사와 서민의 삶이 녹아있는 유성시장을 주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안여종 대표는 "100년 전통의 유성시장이 재개발로 사라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파트는 다른 곳에도 세울 수 있지만 역사와 전통이 깃든 장소는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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