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동산이 봄철 반등에 실패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1월 부동산 상승폭이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특히 런던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영국 가디언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1월 영국 부동산 연간 상승률이 1.7%로 전월(2.2%) 대비 하락했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이는 2016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 평균 주택가격은 22만8147파운드(약 3억4027만원)로 지난해 8월 고점인 23만2116파운드(약 3억4619만원)에서 3696파운드 하락한 상태다.
영국 내에서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곳은 런던이다.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올해 1월 1.6% 하락해 전년 대비 하락폭이 두 배 커졌다. 반면 같은 기간 웨스트미들랜즈와 이스트미들랜즈 부동산 가격은 각각 4%, 4.4% 올랐다.
호가도 내려가고 있다.
영국 부동산 웹사이트 라이트무브에 따르면 올해 1~3월 영국 부동산의 평균 호가는 0.8% 하락했다. 런던 지역의 부동산 호가가 전월 대비 1.1%, 전년 동월 대비 5.5% 하락하며 지역별로 가장 큰 폭의 추락을 보여줬다.
지난주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부동산 전망을 하향했다.
OBR은 올해 부동산 평균가격이 0.3% 하락한다며 종전 전망치(3.2% 상승)를 대폭 낮췄다. 부동산 시장 반등은 오는 2020년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0년 전망치는 종전 '3.1% 상승'에서 '2.6% 상승'으로 하향했다. 올해 부동산 거래는 전년보다 1.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영국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이유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잠재적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취하고 있어서다.
영국 부동산 시장조사업체인 릭스(RICS)에 따르면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록 영국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RICS가 실시한 월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3 이상은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으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브렉시트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에도 EU와 영국간 브렉시트 협상은 지리하고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최근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발동시한을 다음달 12일까지 2주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3월 '노딜 브렉시트' 위기는 넘겼지만 향후 노딜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위기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21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8시간 토론을 진행한 후 영국 하원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EU의 합의안이 통과되면 브렉시트 발동 시한을 5월22일까지, 부결될 경우에는 4월12일로 정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확정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그러나 "EU는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으며 '노딜'로 불리는 브렉시트 합의 부재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릭스(RICS) 대변인은 "올해 2월 공인중개소들이 계약한 주택 거래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7% 적다"며 "브렉시트 데드라인에 가까워지면서 더 많은 매수자들이 주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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