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제재 철회·정부 물밑 접촉 가능성 등 복귀 배경에 관심
'강경 대응' 방향성과 관련한 北 내부적 혼선 가능성도
(서울=뉴스1) 나혜윤 기자 =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상부 지시'를 이유로 철수했던 북한이 사흘만인 25일 복귀하면서, 북측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측 연락사무소에 일부 인원이 출근해 근무 중에 있다"며 "조속히 연락사무소가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은 지난 22일 일방적인 철수를 통보했다. 북측은 철수하면서 남측의 체류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우리 측은 주말에도 업무를 이어가는 등 평소처럼 근무했다.
북측이 철수를 선언한 지 사흘만에 일부 인원들을 복귀시킨 의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당국자는 "철수 및 복귀 이유에 대해 북측이 명확하게 언급한 내용은 없다"며 "향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북한의 복귀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 철회 말고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의 러시아 방문으로 인한 방러 협의 등 사흘 동안 북한의 '복귀 명분'으로 눈에 띄는 상황 변화는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측의 철수와 복귀 시점으로 미뤄볼 때, 미국의 대북 제재 철회에 대한 영향이 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의 철수 선언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유엔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사 2곳을 제재한 직후 이뤄졌다.
그러나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규모 추가 제재 조치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런 제재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북미 대화의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변화된 태도가 보이고, 북미 사이에도 판을 깰 수 없는 점이라는 (걸 볼 때 북한도) 최소한 (남측과) 연락 기능은 유지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서 번복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며 "일단은 상황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흘만에 북측이 복귀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데 대해선 정부 당국의 '물밑 접촉' 가능성을 짚어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렇게 (복귀가) 빨리 됐다는 것은 북측의 이해도를 높였다, 설득해서 됐다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이번에는 (이 정도에서) 한 걸음을 가고, 2~3일 내에 (완전한) 복귀를 한 후 정상화를 한다는 '연락사무소 복귀 로드맵'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측의 빠른 복귀가 이뤄진 점을 볼 때 처음부터 혼선이 있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북한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를 하며 '상부의 지시' 말고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데다, 명확한 대남 메시지를 던지지 않은 점이 혼선을 야기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상부의 지시로 철수한다는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대남 메시지 없이 간 것이기에 (남측의) 과민반응(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혼선이 있었다면) 아직까지도 정리가 되지 않았을 수 있기에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지난번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이 대내에는 공식화되지 않은 점을 볼 때도 북측 내부에서 강경한 대응으로 가자는 방향성·대응은 논의가 됐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조율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이에 따른 혼선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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