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약은 가장 많이 팔리는 10개 약 중 하나로, 이는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가 변비다. 지금으로부터 약 3500년 전인 BC 1500년경에 쓰여진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문헌엔 만성변비를 치료하기 위해 맥주와 포도주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만성변비 치료에 관장요법을 권유하기도 했다.
변비는 대변이 장내에 비정상적으로 오래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은 2일 "1주일에 3회 미만으로 배변하거나, 하루 대변양이 35g 이하이거나(보통은 200g 이상), 대변이 굳게 나오는 경우가 4회 중 1회 이상이거나, 배변이 끝난 뒤 잔변감을 느낄 때가 4회 중 1회 이상이면 변비로 진단한다"며 "이들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3개월 넘게 지속되면 만성변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의 2% 이상이 만성변비로 고생하고 있으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3~4배 많다. 특히 최근엔 과도한 다이어트로 대장과 항문 기능이 저하돼 변비를 겪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변비를 겪지만 대부분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변비가 만성화되는 변비중독증 상태가 각종 장질환이나 항문병의 발생위험이 높아지고, 피부 건강도 나빠질 수 있다.
변이 대장 안에서 너무 오래 머물면 변에서 나오는 독소와 세균에 의해 간이 손상돼 간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간이 위치한 오른쪽 하복부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고 쉽게 피로해지면서 무력감이 동반된다. 특히 식사 후 급격하게 피곤함이 몰려오는 게 특징이다.
드문 확률로 간경화를 앓고 있는 환자가 간의 체내 독성 정화기능이 상실돼 혼수상태에 빠지는 간혼수 같은 응급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한 변비로 대장에 생긴 암모니아 등 독가스가 머리로 올라가 발작, 헛소리, 실신 등을 유발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담낭염도 만성변비로 인해 발병할 수 있다. 변비에서 발생한 독소가 담낭 둘러싼 장간막에 영향을 끼치면 오른쪽 상복부, 즉 오른쪽 갈비뼈 밑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진다.
만성변비는 특히 피부 건강에 해롭다. 피부가 거칠어지고 건조해지면서 기미, 잡티, 여드름이 심해진다. 빈혈이 동반돼 안색이 전반적으로 창백해지고 두통, 편두통, 현기증이 동반될 수 있다. 팔·다리 관절이 아파 정형외과에서 엉뚱한 치료를 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변비는 가급적 빨리 치료해야 예후가 좋다. 먼저 생활습관 개선과 식이요법을 시도한다. 변의가 생기면 참지 말고 바로 배변하고, 변기에 10분 넘게 앉는 것은 삼가야 한다. 배변이 어려우면 변기에 앉은 상태로 발밑에 15㎝ 높이의 받침대를 받쳐 고관절을 구부리면 좋다.
식이요법은 식물성 섬유소 함량이 많은 전곡류, 과일류, 채소류 등의 섭취를 늘려준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은 "섬유소는 대변의 양을 많게 하고, 발암물질을 흡착해 대변과 함께 배출해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수분 부족도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물을 8컵 이상 마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비약물요법을 4~6주간 실시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약물치료에 들어간다. 먼저 차전자피(Psyllium)나 메틸셀룰로우스(Methylcellulose) 같은 팽창성 하제를 사용하고, 효과가 없으면 산화마그네슘(magnesium hydroxide)·수산화칼슘·구연산마그네슘 등 염류성 하제를 처방한다.
복부를 두드리거나 마사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약 20도 구부린 기마자세에서 손바닥으로 복부를 두드리거나, 손바닥 대신 주먹을 쥐고 주먹 아래쪽으로 부드럽게 쳐내는 동작을 하루 500회 정도 해주면 장을 적당히 자극해 변비 개선에 도움된다. 아침에 물을 한 컵 마신 뒤 배를 우측 하복부에서 시계방향으로 30회 정도 문질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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