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질서 거부·독자적 외교노선 추구 러 행보, 주목했을 듯
방러, 中견제·국제 고립 탈피·美대북 강경책 완화 등 목적도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면서 서방과 충돌을 벌이면서도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점을 주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외교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김정은 위원장은 서방으로부터 러시아의 지정학적 결별(geopolitical divergence)을 북한에 대한 기회로 분명히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방의 국제질서를 거부하는 비자유주의 세력의 부상을 눈여겨봤을 것이란 설명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과 갈등을 겪기 시작했으며, 시리아 사태에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한 대러 제재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이중 스파이 독살기도 의혹과 뒤이은 외교관 맞추방 사태 등으로 러시아와 서방과의 관계를 탈냉전기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지만 러시아는 국익 우선의 독자외교 노선을 밟고 있다.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길은 미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자발적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서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해 자력갱생의 길을 가는 것으로 여겨진다. 무력도발은 '과거의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밖에도 방러는 중국의 급속한 대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초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데 이어 올 초까지 4차례 방중했다.
등거리 외교에서 북한은 고수다. 북한은 중국이 문화대혁명 이후 안정을 찾아가자 과도한 대소 의존을 우려해 중러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쳤다. 중러가 갈등을 빚을 땐 제 3세계 비동맹운동에 적극 가담하며 국익을 도모하기도 했다.
방러는 유엔 대북 제재로 인한 국제적 고립 탈피, 미국의 대북 강경책 완화 및 동북아 패권주의 확대 경계라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과의 관계를 과거 혈맹 수준으로 복원시킨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러시아와 경협을 통한 전력, 에너지, 식량 등의 문제 해결 기대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로서는 신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극동지역 경제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고, 중국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손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16.9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는 1948년 10월12일 외교관계를 정식으로 맺었다. 북한 정권 수립 약 한달 뒤로, 당시 소련은 북한의 주요 교역국이자 공여국이었다.
1980년대 소련의 개혁과 개방정책, 뒤이은 소련의 붕괴와 한러 수교가 진행되면서 북러 관계는 소원해졌다. 2000년대 들어 푸틴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북러 관계 개선이 시도돼 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0일 "전통적인 조로(북러) 친선을 두 나라 인민의 지향과 이익에 맞게 끊임없이 강화, 발전시키려는 것은 우리 당과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북러 정상회담의 일지를 소개했다.
신문은 1949년 김일성 주석의 소련 방문, 2000년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평양 정상회담, 2001년, 2002년,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방러 정상회담을 나열해 임박한 북러 정상회담을 예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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