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다가오는데도 60대 누님을 극진히 사랑하는,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참 안타까워."
전날 오후 7시쯤 강원 고성 토성면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은 반나절만에 속초와 강릉 시가지 일부를 집어삼켰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강원 속초에 살며 고성 토성면을 오가던 김모씨(59)다.
김씨와 50년지기 황모씨(58)는 "착실하고 남에게 피해 안주는, 건강한 사람"으로 고인을 기억했다.
김씨는 생전 나무공예사로 일했다. 어릴 때는 씨름선수로 활동한 적 있을만한 덩치는 컸고, 그 흔한 감기 한번 앓은 적 없이 건강하게 지냈다.
김씨는 형제간 우애도 특히 좋았다. 같은 동네에 살던, 거동이 불편한 60대 손 위 누이 집을 한 주에도 수차례 안부차 들렀다. 화마가 마을 인근을 덮친 4일 오후도 그는 누나를 구하러 집을 나섰다.
황씨는 김씨가 "집 안에 누나가 있는데 모시러 가다가 변을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보니 건강한 사람이라도 연기를 흡입하고 곧바로 쓰러졌고, 누나 가족이 119에 신고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숨이 끊어졌던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욕먹을 짓 한번 하지 않고 성실히 살았던 친구가 먼저 떠나서 너무 안타깝다"면서 "그렇지만 나라도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장이 마련된 속초시 교동의 빈소를 주말동안 지키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단]
박상휘 황덕현 권혁준 권구용 서영빈
홍성우 서근영 고재교 이찬우 김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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