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경제분야에서 정권의 최대 관심사는 성장과 물가 관리다.
성장과 물가 변동은 민생과 직결된다. 정권 유지를 위한 표밭 관리의 최대 변수라 할 수 있다. 어느 정권이든 성장을 유지하거나 높이면서 물가도 잡고 싶어한다. 성장과 물가가 반대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이클이 와도 정치는 두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 안달이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 빼어난 성장동력을 갖춘 중국도 마찬가지다. 고도성장 동력을 갖춘 데다 사회주의 1당체제로 일관된 정책을 구사할 수 있어 최근엔 매력적인 제도로 소개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큰 파고를 동시에 맞게 된 중국의 경제 컨트롤 방식이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은 국가주도의 질서있는 산업정책에 있다.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는 호황기뿐만 아니라 위기상황에서도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은 빛을 발한다. 정부 주도 아래 일사불란하게 공급정책을 실시하고 과감한 산업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산업정책이 구현될 수 있는 게 바로 중국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 속에는 빛이 있는 반면 그림자도 공존한다. 손에 쥔 과실을 잃지 않기 위해 개혁과 개방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게 대표적인 과오로 꼽힌다.
경제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국유기업 개혁의 고삐를 잠시 늦추는 게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이 낳는 대표적인 오판이다. 과도한 부채와 부실경영에 메스를 대야 할 절호의 시기이지만 경제가 흔들릴 경우 민심도 떠날 것이란 정치적 판단이 개혁을 거부하는 식이다. 부실한 국영기업과 민간기업들의 경쟁력 퇴보는 개방의 속도와 연관성이 있다. 넓은 시장 경쟁력에 기대어 고만고만한 아이템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시장환경은 오히려 기업들을 나약하게 만들 뿐이다.
이 같은 패착은 결국 제도 자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그리고 유지할 힘을 가진 국가주의의 생리에서 비롯됐다. 경기가 호황은 있되 불황은 절대 불가하다는 집착 때문에 자연스러운 경제사이클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는 결국 시장의 왜곡을 낳고 누적된 왜곡은 통제하기 어려운 대형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
중국의 경제통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가 충분히 통제가능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서방 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무리한 경기부양에 집착한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될 만큼 심각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방어적 자세를 바라보는 최근 시각은 굴절돼 있다. 중국 정부는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우세한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욕심 탓에 자체 개혁과 대외 개방을 늦추는 형국이다. 반면 서방은 중국 정부의 이같은 스탠스에 대해 불공평, 혹은 심하게는 도둑질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난한다. 그런데 중국 성장을 면밀하게 천착해온 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 정부가 체제안정을 위해 개혁과 개방을 늦출 게 아니라 오히려 속도를 내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과감한 혁신을 단행할 경우 서방이 더욱 두려워하는 패권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제아무리 좋은 고언도 절대권력을 쥔 세력에겐 먼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권력과 정치적 계산이 경제원리를 억누르면 나중에 민생만 고달플 뿐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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