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르포]"60 평생 이런 불은 처음이야" 지울 수 없는 상처 남아

뉴스1

입력 2019.04.06 14:58

수정 2019.04.06 19:23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마을에서 주민들이 전소된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2019.4.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강원 고성·속초 일대 산불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5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마을에서 주민들이 전소된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2019.4.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6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마을에서 한 주민이 산불에 타버린 집을 둘러보고 있다. 2019.4.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6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인흥리 마을에서 한 주민이 산불에 타버린 집을 둘러보고 있다. 2019.4.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불덩이 날아다니고, 대피하는 것도 목숨 걸어"
결혼반지, 돌반지 생각도 안나…일단 살고 봐야

"불덩이가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걸 보니, 대피하는 것도 목숨을 걸어야 했어요."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주민들은 6일 지난 4일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화마를 회상하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원암리에서 나고 자란 이봉성씨(59)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이런 불덩이가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걸 보니 아무런 생각도 안들었고, 일단 살아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60평생 이런 불은 처음 봤다"며 "몸만 간신히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마에 붕대를 감은 박두은씨(86)는 "빠져나오다가 날아 온 불똥에 이마를 다쳐 기어 나왔다"고 말했다.

강풍을 타고 날아온 불은 순식간에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원암리 150여개 가구 중 70여개 가구가 불에 내려앉았다.

불이 꺼진지 3일이 지났지만 마을은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엄병길씨(71)는 "대피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50년 전 결혼반지와 자녀들 돌반지가 생각났다"며 헛웃음만 지었다.

최영미씨는(53·여)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며 "도망가기 바쁜데 무엇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키우던 염소와 닭을 그냥 놔두고 온 것에 마음 아파했다.


송규하 원암리 이장은 "피해 주민들이 일단 잘 먹고, 춥지 않게 잘 잘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신속한 현장조사를 통해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틈새 없는 지원에 나서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임시 생활공간을 빠르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고성 산불로 1명이 숨지고 주택 136채가 소실됐다.

[특별취재단]
박상휘 황덕현 권혁준 권구용 서영빈 홍성우 서근영 고재교 이찬우 김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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