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약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8 16:39

수정 2019.04.10 16:22

김성호 생활경제부 기자
김성호 생활경제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과 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해 '국민 건강'을 보장한다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정부기관이다. 당연히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도 식약처가 해내야 할 임무다. 식약처 역시 홈페이지와 각종 발간자료를 통해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 식약처가 임무를 방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계에 큰 파문을 던진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중단 사태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렇다. 2017년 4월 경 소아용 인공혈관을 공급하는 미국 고어메디컬(이하 고어)이 한국에서 철수했다. 이후 한국에선 해당 제품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소아용 인공혈관은 폰탄수술이라고 불리는 소아심장수술에 쓰이는 필수재료로, 수술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공급하는 곳은 고어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년 동안 각 병원은 미리 구입해둔 재료로 소아심장수술을 진행해왔지만 재고가 바닥나며 수술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식약처는 공급 재개를 위한 뚜렷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환자 부모들이 공급을 재개해달라며 눈물의 항의를 하고 나서야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황당한 건 고어 철수로 한국 내 인공혈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점이 확실시됐음에도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어가 철수를 예고하고 실제 철수하기까지의 6개월은 물론, 철수 이후 시중에서 소아용 인공혈관을 구할 수 없게 된 2년여 동안 식약처는 철저히 무능했다. 이 문제로 국회에 불려간 식약처장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가 의료수가를 올리려는 고어의 횡포에서 비롯됐으며 한 부처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식약처의 무능과 무책임이 불거진 건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치료 신약인 '인보사'의 판매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책임을 완전히 면하기 어렵다. 이미 일부 환자들에게 판매된 인보사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퍼져나가며 국민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됐다. 인보사 판매를 허가했던 식약처는 이달 중순에야 인보사 성분에 관한 검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가습기살균제·일회용생리대 위해성 논란, 가짜백수오 사태, 살충제 계란 파동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한 굵직한 사건 때마다 식약처는 책임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올해 식약처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게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이유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가장 강조한 분야가 '국민 안전'이다. 세월호 참사 등 거듭되는 인재로 국민의 안전이 보호받지 못하는 일을 막겠다고 했다.
식약처가 국민 건강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다시 듣지 않길 바란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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