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가장 무거운 죄인 특가법상 도주치상죄에 흡수돼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11일 도로교통법상 만취운전 및 무면허 운전, 특가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손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새벽 서울 강남구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부친 소유 자동차를 운전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했다. 사고 당시 손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206%이었다. 사고 직후 손씨는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됐으나, 과거 3차례 음주운전 전력 탓에 수사과정에서 구속됐다.
손씨에게는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자 지난해 12월 18일부터 개정 시행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상 이른바 ‘윤창호법’이 적용됐다. 연예인 중에서 이 법이 적용된 건 손씨가 처음이다.
다만 재판부는 손씨에게 적용된 혐의 중 가장 무거운 죄인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윤창호법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에 윤창호법이 흡수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고, 상해 정도가 중한 피해자와 합의한 점, 나머지 피해자도 보험사를 통해 피해가 회복된 점이 인정된다”며 “뮤지컬 배우 등으로 연예활동을 하다가 군 입대를 앞둔 피고인과 가족이 자유로운 사회활동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관대한 선고를 기대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음주운전죄는 운전자 자신뿐만 아니라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생명과 신체를 침해할 수 있는 범죄”라며 “계속해 엄벌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런 사회적 요청을 반영해 음주운전자 등에 대한 법개정이 이뤄져 일부 개정법률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씨에 대해서는 “이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 전력이 있고, 지난해 8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을 상황에 처했음에도 다시 만취상태에서 무면허 운전을 했다”며 “그 결과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했으면서 동승한 동료이자 후배가 운전했다며 책임을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책했다.
이어 “교통범죄 중 형이 가장 무거운 유형 중 하나인 치상 후 도주죄를 저지르는 바람에 아이러니하게도 법리적인 이유로 윤창호법을 적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엄벌하라는 제정법률 입법취지는 반영돼야 하는 점을 간과할 수 없어 마냥 관대한 선고만을 할 수 없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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