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선발 시기를 일반고와 같은 '후기'로 조정하고 자사고와 일반고 양쪽에 이중지원하지 못하게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11일 민족사관고 등 전국 단위 자사고 이사장들과 지망생들이 이같은 내용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제5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상산고와 민족사관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이사장들과 지망생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0조 1항과 81조 5항이 평등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 학교선택권을 침해하고 신뢰 보호 원칙 등에도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0조는 고교 유형별 학생선발 시기가, 81조에는 고교 지원 시 지켜야 할 사항이 규정돼 있다.
교육부는 2017년 11월 '전기(前期)고'로서 통상 일반고로 부르는 '교육감 선발 후기고'보다 먼저 학생을 뽑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12월에 선발하는 후기고로 바꿔 일반고와 동시에 학생을 선발하게 하고 자사고 등에 지원하면 일반고에는 지원하지 못하게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자사고 등이 '우수학생'을 선점, 고교서열화 심화를 방지하려는 취지로 같은 해 12월 시행됐다. 그러자 자사고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해 이중지원 금지 규정의 효력은 정지시켰다. 다만 동시선발 규정 효력정지는 얻어내지 못했다.
이날 헌재는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가 자사고 지원자와 학부모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평준화 지역 소재 학생들은 중복지원 금지 조항으로 인해 원칙적으로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가 없고 지역별 해당 교육감 재량에 따라 배정·추가배정 여부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학교군에서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고, 통학이 힘든 먼 거리의 비평준화지역의 학교에 진학하거나 학교의 장이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고등학교에 정원미달이 발생할 경우 추가선발에 지원해야 하며, 그조차 곤란한 경우 고등학교 재수를 해야 하는 등 진학 자체가 불투명하게 되기도 한다"며 "자사고에 지원했었다는 이유로 이러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자사고와 일반고 학생을 동시에 선발하도록 한 같은 법 시행령 제80조 1항에 대해선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위헌 결정은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