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연착륙' 가능할까
대기업 상용직 노동자 초과급여 월 2.5시간 4만3820원 감소
"야근한 내용 입력하지 마라" 52시간 이내 '근무한 척' 지시
새 제도 이행 않는 대기업 여전
중기 저임금 근로자들 경우 월급 줄고 업무 가중 벌써 걱정
업체 사장도 수주 맞출 지 우려
대기업 상용직 노동자 초과급여 월 2.5시간 4만3820원 감소
"야근한 내용 입력하지 마라" 52시간 이내 '근무한 척' 지시
새 제도 이행 않는 대기업 여전
중기 저임금 근로자들 경우 월급 줄고 업무 가중 벌써 걱정
업체 사장도 수주 맞출 지 우려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기업들의 경영 여건, 근로자들의 근무환경 등을 고려한 유예기간이 지난달 31일로 종료되면서다. 그러나 반년이 넘는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대기업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라 임금은 줄었지만, 근로 시간은 그대로"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급은 내렸는데 근무환경?
14일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 상용직 노동자의 초과급여가 월 4만3820원 감소했다. 연구원은 이 같은 임금 감소를 초과근로시간이 월 2.5시간 가까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근로 시간 감소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은 감소했지만, 정작 주 52시간 근무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대기업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의 한 대형 중공업 업체에 근무 중인 A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에도 주 평균 60시간 이상을 근무 중이라고 토로했다. 평일에 야근을 해도 쌓여있는 잔여 업무로 인해 토요일 근무를 하게 되면 부장급의 실무자들이 '야근한 내용을 입력하지 마라'는 식으로 넌지시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주 52시간 이내로 근무하라는 것이 아니라 52시간 이내로 '근무한 척' 하라고 지시하는 셈이다.
A씨는 "회사 차원에서 되도록 야근을 하지 말고 주 52시간 이내로 근무시간을 맞추도록 공지가 내려왔는데 부서장들을 거치면서 '근무는 하되 야근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지 말라'는 식으로 변질됐다"며 "그러다보니 공식적인 근로 시간은 줄고 임금도 줄었지만, 일주일 평균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노조는 차장급까지 가입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A씨가 다니는 업체는 과장부터 노조 가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노조에 가입돼 있는 평사원이나 대리급 사원들보다 과장과 차장급 사원들이 새로운 제도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중소기업들 걱정은 '여전'
아직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걱정도 여전하다.
300인 이하 업체들은 2020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의 적용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근로 시간이 줄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초과근무 수당으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저임금 근로자들의 경우 벌써부터 월급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다.
국내 대형 자동차 업체의 하청업체에 근무 중인 B씨는 "사실 대기업에 비해 야근도 잦고 주말 근무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안그래도 적은 월급이 더 줄어들 것이 뻔해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이어 "억지로 근로시간을 맞춘다고 해도 중소기업의 경우 적은 인원 개개인에게 할당된 업무가 줄어들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강도가 높아질 것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업체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야근과 주말근무가 줄게 되면 원청업체의 요구 조건을 맞출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7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 중소기업 대표 C씨는 "개개인의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근무 인원을 쉽게 늘릴 수 없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라며 "처음 도입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라며 걱정을 미루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구체적 계획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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