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조은효 특파원】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무려 5년 반만에 후쿠시마 제1원전을 찾았다. 갑작스런 방문도 방문이지만, 그의 복장이 화제다.
양복 차림에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동일본 대진, 원전 사고의 심장부를 찾아 현장 관계자로부터 원전 폐로 작업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것. 이 장면은 15일 일본 NHK·후지TV등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아베총리의 '양복 방문'은 직전 2013년 9월 원전 방문 당시, 방호복 차림과 대조적이다.
아베 총리의 후쿠시마 원전 방문은 최근 두 가지 사건이 배경으로 지목되는데, 지난 10일 일본에선 사쿠라다 요시타카 일본 올림픽 담당 장관이 '부흥(동일본 복구)보다 정치'라는 발언으로 경질되는 사건이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보다 자민당 소속 다카하시 히나코 중의원 후원 모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 이 사건으로 후쿠시마지역 민심이 들끓었다.
사태가 채 진화되기도 전, 이어 11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한·일간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패라는 결과가 나온 것. 아베 정권의 오판으로 WTO상소심에서 패소,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을 막았다는 비판 여론이 지방을 중심으로 거세게 불었다.
결국, 악재 수습을 위해 총리가 급기야 후쿠시마 원전 폐로 현장을 찾은 것. 총리의 양복차림은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양복 차림의 아베 총리가 "방사능의 영향이 저감하고 있는 상황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국을 상대로 한 WTO패소 사건은 일본 내에서 뿐만이 나이라 향후 국제사회적으로도 파장이 크다. 후쿠시마 수산물은 물론이고, 이미 일본 내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 후쿠시마 농산물 등 일본산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로 확산될 수 있어 아베 내각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하기에 앞서 인근 오쿠마마치 주민들을 만나 "해외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수입제한의 완화를 요청해 왔다"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풍평피해'(風評被害·소문으로 인한 피해)가 없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주먹밥도 먹었다고 전했다. 또 원전 시찰 후엔 기자들을 만나 "정부가 하나가 되어 후쿠시카 동북지역의 부흥(피해복구)을 이루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료 전원이 부흥 장관이라는 아베 정권의 기본 방침을 모두 다시 가슴에 새기면서 최선을 다할 결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내년 3월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시작점인 후쿠시마현 나라하미치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1년 뒤 재방문도 약속했다.
한편 아베 내각의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가 오는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결정을 보류하도록 했다는 보도와 관련 "현 시점에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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