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제외는 역차별"…일부 학부모 정부에 공개질의
교육부 "같은 조건인 사립초·국제중도 제외…원칙 따른 것"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올해 2학기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원 부담 문제를 놓고 교육감들이 교육부와 잠시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자사고와 일부 특수목적고 학생들만 고교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정부에 답변을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국민청원도 게재하며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교육부는 선례와 원칙을 들며 반박했다. 현재 초등학교·중학교 단계에서도 수업료·입학금을 학교장이 정하고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는 학교에는 무상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데 고교 단계에도 이런 원칙을 똑같이 적용했다는 것이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일부 특목고는 두 조건에 해당한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대성고 2·3학년 학부모회(학부모회)는 지난 12일 교육부에 올해부터 시행될 고교 무상교육 대상에서 자사고 학생들이 제외된 이유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공개질의서 내용의 일부를 게재하며 동의도 구하고 있다.
대성고는 지난해 학교법인의 학생 충원율 저하, 재정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자진 자사고 지정취소를 신청해 올해 새 학기부터 일반고로 전환된 고교다. 다만 현재 2·3학년은 자사고 교육과정을 그대로 이수한다.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때 입학해서다. 따라서 1학년은 일반고생, 2·3학년은 자사고생이다.
대성고 내 자사고 소속 학부모들이 정부에 보낸 공개질의서의 핵심은 '왜 자사고와 일부 특목고 학생들만 고교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했느냐'다. 학부모회는 "고교 무상교육은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혜택을 받도록 보편적 복지로 시행돼야 하는데도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 일부 특목고를 배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무상교육이 교육의 기회균등에 역행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이것이 (무상교육의 추진 이유인) 차별없는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교 무상급식과의 형평성 문제도 들었다. 학부모회는 "고교 무상급식 대상에서는 자사고나 일부 특목고 학생도 포함했는데 고교 무상교육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또 내년부터 의무 적용되는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도 자사고를 포함한 모든 고등학교가 대상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의혹도 제기했다. 학부모회는 "현재 정부가 자사고와 일부 특목고 폐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자사고·특목고를 고교 무상교육 대상에서 배제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이 자사고나 특목고를 택한 건 학교유형이지, 유상교육이 아니라는 주장도 펼쳤다. 학부모회는 "지난 2000년대 중반 중학교 무상교육 시행 당시에는 신입생부터 적용해 실시했는데 이는 무상교육과 일부 사립중(국제중 등)의 유상교육 중에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 것"이라며 "하지만 고교 무상교육은 3학년부터 실시해 학생과 학부모가 무상교육을 선택할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자사고와 특목고를 다니는 학부모들이 선택한 게 학교유형인가, 유상교육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일반고에 준하는 무상교육 지원을 촉구하며 집단행동도 예고했다. 학부모회는 "대성고 학부모들은 졸업 때까지 일반고에 준하는 등록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평등한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헌법소원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립초·국제중도 제외…일관된 기준 따른 것"
교육부는 입학금과 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는 사립학교 중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 보조를 받지 않는 일부 학교는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상교육보다 한발 더 나아간 의무교육 대상인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에서도 입학금·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고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는 사립초와 국제중 등은 무상교육 대상이 아니다"며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고와 외고 등도 입학금·수업료를 학교장이 정하고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이어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사고 등을 배제한 게 아니라 일관된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고교 무상급식과의 형평성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고교 무상급식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지방자치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밝혔다.
아울러 모든 고교에 에듀파인을 의무 적용하는 것 관련해서는 "학교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과 고교 무상교육의 대상을 정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고교 무상교육을 3학년부터 시행하면서 학생·학부모의 무상교육 선택 기회를 박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1일 설명자료를 통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행할 경우 2·3학년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졸업하게 돼 형평성 논란이 우려된다"며 "또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가장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교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 2021학년도에 전면 실시할 경우 현재 중2~고3까지 5개 학년 219만명이 혜택을 본다. 하지만 고1부터 시행할 경우 현 중2~고1 등 3개 학년 126만명만 고교 무상교육 수혜 대상이 된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등학생의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 등을 모두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에 먼저 적용한 뒤 오는 2021년부터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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