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낫미디어 기획·제작진 인터뷰
<전지적 짝사랑 시점>, <오피스워치>, <#좋맛탱>,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김팀장의 이중생활>, <사랑방손님>, <음주가무>... 웹드라마를 즐겨 보는 10~20대 시청자라면 가슴 두근거릴 제목들이다. 웹드라마 업계 선두주자 와이낫미디어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와이낫미디어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콬TV’의 구독자 수는 약 88만 명, 누적 조회수만 약 2억 2700만 뷰다. 네이버TV, 페이스북, 중국 텐센트에도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와이낫미디어의 김현기 콘텐츠 총괄이사, <오피스워치>, <사랑방손님> 등을 연출한 이수지 디렉터, tvN에 편성돼 호평받은 <#좋맛탱>의 서민정 디렉터를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와이낫미디어는 웹드라마 최초 1억뷰를 달성한 대표작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비롯해 3년 동안 50개가 넘는 시리즈를 제작했다. 개별 에피소드 영상만 600여개. 모든 편이 소중하겠지만 연출자들의 기억 속에 특별히 남은 에피소드가 있을까?
이수지 디렉터는 ‘가장 많은 발전을 안겨다 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피스워치>를 선택했다. 드라마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던 그는 시즌 1부터 이번 작품까지 제작하는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오피스워치> 시즌3 6화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등장한 에피소드다. 그는 “모두가 한 덩어리로 보일 수 있도록 담아야 했는데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며 “대구 콘텐츠코리아랩에서 두 달간 웹드라마 제작강의를 했는데 수강생들이 이 에피소드 칭찬을 많이 해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tvN, MBC 등을 거쳐 와이낫미디어에 합류한 서민정 디렉터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송된 <#좋맛탱>의 에피소드 하나를 떠올렸다. 그는 “을왕리에서 촬영하기로 했던 분량이 있었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3초 이상 눈을 뜰 수 없었다”며 난지한강지구로 촬영장을 옮겨야만 했던 상황을 전했다. 서 디렉터는 “그날따라 컴퓨터 그래픽 같은 구름이 떠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웃음지은 장면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현기 총괄 디렉터는 “제작자들의 크리에이티브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20대 작가들이 자기가 경험한 정도의 내용을 쓰고 연출하는데 이미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제적인 고민이 있을 때는 “너무 특별한 주제를 찾으려고 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1020세대가 공감하는 연출자가 되기까지, 비결은?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수지 디렉터는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에서, 서민정 디렉터는 tvN, MBC 등 기존 방송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들이 웹드라마 PD라는 도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민정 디렉터는 “방황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조연출로 일하다가 잠시 음악 플랫폼에서 ‘아이돌 댄스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다.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꿈과 회사의 방향성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 이후 <혼술남녀> 등 드라마 몇 편을 더 작업했지만 좀 더 본인의 의견이 가미된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때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준화 PD가 와이낫미디어를 추천했다. 서 디렉터는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 다들 똘똘 뭉쳐 아이디어 회의하는 시간이 재밌고 즐겁다”고 전했다.
아이돌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드라마타이즈로 제작되는 뮤직비디오가 급감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이수지 디렉터의 고민도 커져갔다. 그는 “이야기가 있는 뮤비를 제작하고 싶었는데 단순히 춤추는 영상만 만들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일을 잠시 쉬고 대학원을 등록했던 그는 디지털스토리텔링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72초TV, 딩고 등 뉴미디어 열풍이 시작되던 시점에서 이수지 디렉터도 와이낫미디어에 몸담게 됐다.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시청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결코 특별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20대 친동생에게 대본을 보여주며 ‘20대 이하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포인트’를 질문한다. 한 살이라도 어린 PD, 작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작품에 반영한다. 웹드라마 시청자가 10대에 머물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보탰다. ‘아버지가 웹드라마를 찾아보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서민정 디렉터는 “지금 웹드라마에 공감하는 분들이 10대라면 시간이 흐른 뒤 시청층이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악역 주인공’ ‘로맨스 스릴러’…장르 확대는 필수 과제
웹드라마가 수익을 거두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트렌디한 분위기의 청춘 로맨스가 인기를 끌자 “너무 로맨스만 만든다”라는 비판도 계속되는 게 현실이다. 김현기 총괄이사는 “장르를 다양하게 넓히는 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못 박았다. 20대 중반~30대 초반 시청층을 노린 <오피스워치 : 하라는 일은 안하고>는 ‘10대가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 순위’에 올라 장르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수지 디렉터의 개인적 취향은 ‘나쁜 사람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그는 “악역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민정 디렉터는 ‘스릴러를 가장한 로맨스물’을 작업해보고 싶어 했다. 기존 작품 중에는 캐나다에서 인기몰이 중인 <김씨네 편의점> 같은 스타일이나 SBS <주군의 태양>를 웹드라마 버전으로 각색하는 것도 매력적일 것 같다고 전했다.
웹드라마 창작자들의 욕구는 뜨겁다. 하지만 웹드라마는 플랫폼을 따져야하는 콘텐츠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거대한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잘 먹히는’ 장르를 선정해야하는 건 필수적이다. 와이낫은 수익화에 유리한 ‘로맨스’라는 포인트를 유지한 채 장르를 넓혀나갈 로드맵을 그려가고 있다.
■ ‘콘텐츠 프랜차이즈’로 진화하는 와이낫
“지금까지 해온 걸 돌이켜보면 <전짝시>라는 상징적인 작품을 가지고 에세이, 미니시리즈 대본을 만들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웹툰으로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동일한 이야기는 아니다. 여러 형식에 맞춰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스핀오프로 미드폼 드라마도 작업하고 있다. 중국에 판권이 팔려서 올해 안으로 ‘중국판 전짝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 김현기 총괄이사
모두가 ‘원 소스 멀티 유즈’ 방식으로 매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콘텐츠 프랜차이즈를 큰 방향성으로 선택한 와이낫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글로벌 유통, 공동제작, 리메이크 판권 판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 중국 진출 사례뿐 아니라 일본과 대축, 인도네이사 등에도 현지 주요 플랫폼에 채널을 개설했다.
김현기 이사는 “우리의 철학은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남들보다 한 발짝씩 앞서서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것. 웹드라마를 선도하고 있는 와이낫다운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인터뷰를 마치기 앞서 디렉터들의 개인적인 목표도 들을 수 있었다. 서민정 디렉터는 <#좋맛탱>을 방송하기 전에는 좀 더 ‘나다운 것’, 오리지널리티를 찾고자 했다. 그는 “‘저건 그 감독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콘텐츠의 결을 만드는 게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지 디렉터는 “(와이낫은) 연출자로서 자기 발전을 꾀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작품에 풀어내고 싶은 새로운 시도를 전작에서 실험하는 편인데 그런 도전을 인정해주는 곳이 바로 와이낫”이라며 앞으로도 웹드라마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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