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無 언급에 韓 입지·역할 축소 논란
우방 러시아와 붙는 北, 남북정상회담 무반응
"초조할 필요 없어, 美와 공조 해결책 찾아야"
우방 러시아와 붙는 北, 남북정상회담 무반응
"초조할 필요 없어, 美와 공조 해결책 찾아야"
북한이 대북제재 장기화에 맞서 자력갱생 정신을 강조하고 최근 중국과 러시아 등 기존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 역시 비핵화 대화국면에서 한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과 북한이 통하고 한국은 지켜만 보는 '통미휴(休)남'이 펼쳐질 가능성도 높다.
■대북특사 無언급, 韓 입지축소 표면화?
대북특사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특사는 언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6일 오후 7박 8일간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서 특사 파견에 대한 기대감도 최소한 일주일 이상 뒤로 밀리게 됐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북미대화 재개의 첫 단추가 될 특사 파견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지연되고 있는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한국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는 모양새다.
비핵화 문제 해결을 정권 차원의 주요 목표로 삼아왔던 정부의 입장에서 특사 파견과 이어지는 남북정상회담이 또 다시 어그러질 경우 정책실패의 부담감을 감당하기 어려워 장고를 하고 있다는 설, 북한이 특사 파견 제안을 거절했다는 거절설 등이 대표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우리 정부에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라며 남북경협을 추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을 고려하면 북한에 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도 특사 파견에 장애요소다. 제재국면에서 남북경협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최근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면 북미 양측 모두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과 존재 가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비공개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북한도 궁금할 것인데 특사 이야기도 없었다는 것은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남북간 조율이 없었거나, 북한이 한국을 만나도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러 연계, 코리아 패싱 우려감 키우나
최근 김 위원장이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와 긴밀하게 연계하는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호재는 아니다. 대북제재로 경제난이 극에 달한 북한이 중·러와 공조할수록 '남북미 틀'이 흔들릴 수 있고 종국에는 '코리아 패싱'으로 북미가 직접 소통로를 열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보다는 러시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방러 임박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전일 북러정상회담 준비 사실에 대해 언급하면서 구체적 시가와 장소도 추후 알리겠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북러정상회담은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남북미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과 입지가 애매해진 가운데 북한의 이러한 행보는 부담요소"라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현재 상황에서 초조한 것은 북한이고,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만남을 '연내'로 못 박은 것에서는 그 같은 현실 인식이 감지된다"면서 "미국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과 동맹인 한국 역시 시간에 쫓기며 조급함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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