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간·개불 우걱우걱.. 산으로 가는 '먹방' 규제해야할까? [소소韓 궁금증]

이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0 09:29

수정 2019.04.20 09:29

자료사진 / 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 / 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한 먹방 유튜버의 '무리수'로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소의 생간과 돼지머리를 통째로 씹어먹고, 산낙지 한마리를 자르지도 않은 채 입에 밀어 넣는 동영상을 업로드한 것입니다. 이 유튜버가 살아있는 개불을 손으로 만지작대며 장난스럽게 먹는 영상을 올리자 시청자들이 결국 폭발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댓글을 통해 공식 사과를 한 뒤 문제가 됐던 영상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리얼사운드 먹방(먹는 소리를 강조한 방송)이 유행한 이후로 독특한 소리를 내는 음식을 먹는 유튜버가 부쩍 늘었습니다. 요즘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엽기적인 음식의 먹방도 종종 보입니다. 2014년부터 먹방을 시청했다는 대학생 허모씨(22·여)는 "요즘은 초창기 먹방에선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음식을 먹는 유튜버가 늘었다"면서 "어떤 영상은 썸네일이나 제목이 과할 정도로 자극적이라 불편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튜버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떨어지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기괴하고 때로는 혐오스러운 음식을 굳이 먹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 조회수가 곧 광고 수익.. '자극적' 콘텐츠 늘어날 수밖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자극적이고 혐오감을 조장하는 먹방이 갈수록 늘어가는 데는 유튜브 수익구조가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수와 영상의 조회수는 광고 수익과 직결됩니다. 평범한 먹방으로는 시청자들을 유인할 수 없기에 자꾸만 자극적인 콘텐츠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입니다.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홍주현 교수는 "유튜버들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기발한 소재를 찾고 있다. 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와중에 차별화된 것을 찾다 보니 정도를 넘어선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먹방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모방행위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영상들이 공개됐을 당시 신생 유튜버들이 이를 따라할까봐 걱정된다는 반응이 꽤나 많았습니다. 실제로 한달 새 해당 유튜버처럼 돼지머리나 산낙지를 통째로 먹는 콘텐츠가 여러 건 업로드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된 먹방 이후 등장한 콘텐츠들 / 사진=유튜브 캡쳐
논란이 된 먹방 이후 등장한 콘텐츠들 / 사진=유튜브 캡쳐

유튜브 먹방 시청자 김모씨(28·남)는 "분별력이 있는 성인들이야 걱정이 덜 되지만 어린 친구들이 이를 무작정 따라했다가 사고로 이어질까봐 염려스럽다. 유튜버처럼 산낙지를 통째로 먹다가 목에 걸리기라도 한다고 생각해봐라"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최근 일본의 한 유튜버가 주먹밥 빨리 먹기에 도전하다 질식해 숨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30초 안에 주먹밥 먹기' 도전이 유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 산으로 가는 먹방.. 규제가 답일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먹방의 수위를 논하는 글이 자주 게시됐습니다. "보기 싫다", "과하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인 와중에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먹방에는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인 미디어'인 유튜브를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습니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폭식 조장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모니터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먹방 규제 논란이 일어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홍 교수는 "방송은 공공 소유인 전파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송출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는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에 규제할 근거가 약하다"라면서 "자극적인 먹방을 외면하거나 부정적 여론을 형성해 이용자들 스스로 자제하든지, 유튜브의 자율적 규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두에 언급한 유튜버의 영상이 삭제되는 데는 시청자들의 자정 노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혐오감을 유발하는 영상을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비판적인 댓글을 달며 유튜버가 스스로 영상을 내리게끔 유도한 것입니다.
당시 이에 동참했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나도 신고하고 왔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식문화가 잘못 알려질까 겁난다", "영상이 빨리 삭제됐으면 좋겠다"와 같은 댓글을 남겼습니다.

신고 외에도 '이 동영상이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버튼처럼 시청자들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홍 교수는 "유튜브 시청자들은 공유, 구독, 댓글 등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장치들이 채널 운영자들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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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fnnews.com 이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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