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천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인천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인천시 과거사 피해주민의 생활안정 지원 조례’에 대한 재의(재심의)를 요구했다.
인천시의회는 정부 보상 지연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 하고 피해자에 대해 생활안정과 복지증진 차원에서 인천시가 생활안정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해 이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이 조례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월미도에 가해진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생활안정자원금 지원과 생활안정지원금의 지급 대상 및 범위·지급액, 지급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행안부는 전쟁 이후 미군이 월미도를 점령하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피해자에게 복지 차원의 생활안전자금을 지원하는 조례의 취지 자체는 문제가 없으나 지원대상인 피해자를 인천시가 확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지원 대상자 선정은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가 아니고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조례는 지원 대상을 신원이 확인된 피해자로만 한정하지 않고, 인천시 자체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하도록 했다.
월미도 폭격 피해자는 100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지난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벌여 신원을 확인한 10명만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행안부는 나머지 희생자도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하거나 그에 준하는 국가나 기관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행안부 입장과 달리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관련 법안이 3년째 국회에 계류하면서 운영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지원 대상자 선정을 국가 사무로 인정한다고 해도 사업 진행은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인천시는 시의회 의결 후 이송돼온 날로부터 20일 이내 시의회에 조례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시의회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부결시키면 조례는 효력을 상실한다.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재의결될 경우 대법원 판결에 따라야 한다.
인천시의회는 앞서 2014년 비슷한 내용의 ‘인천시 주민 생활안정 지원금 조례’를 발의해 본회의까지 통과했으나 행안부가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에 어긋난다며 재의를 요구해 무산된 바 있다.
행안부는 지원급 지급범위가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어서 자치사무에 해당되는지 불명확하고 앞으로 국가사무에 대한 경비 지출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2011년에도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 제정이 추진됐으나 국가사무로 판단돼 상임위원회에서 심사가 보류됐다.
이 조례를 대표 발의한 안병배 시의원은 “시의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시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 조례는 폐기하고 대신 문구를 고쳐서 재상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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