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들 고려인의 신산했던 삶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이 계기가 됐다. 조선 말부터 먹고살기 위해 만주 등으로 떠난 조선인들은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쪽 연해주에도 다수 정착했다. 이후 소비에트 혁명으로 들어선 옛 소련의 스탈린 정권이 극동 거주 고려인 17만여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카레이스키란 말 속에는 한반도에서 만주·연해주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내몰렸던 통한의 민족사가 응결돼 있다.
21일 오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국제공항.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애국지사 계봉우·황운정 선생 내외의 유해봉환식이 열려 나라 잃은 약소국의 비애를 짐작하게 했다. 1930년대 소련이 독립지사를 포함한 고려인들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를 결정한 배경을 돌아보면 그렇다. 일제가 고려인 사회를 통해 극동에 간첩을 침투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구실로 삼았기 때문이다. 봉오동 전투 등 항일투쟁을 이끌던 홍범도 장군도 당시 이곳으로 끌려와 정미소 노동자 등으로 일하다가 삶을 마감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짐짝처럼 실려 중앙아시아에 내던져진 고려인들은 이제 5세대에 이른다. 이들 중 다수가 이번에 문 대통령이 방문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거주한다. 러시아에서는 곧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차 방문하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장 많이 산다. 거주제한이 풀리면서 애초 발원지로 되돌아온 카레이스키들이다. 이들은 구소련 붕괴 후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배타적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지자 익숙한 곳으로 유턴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의 국력 신장이 확인된 후 연해주 카레이스키들 중 상당수가 귀국, 경기 파주에 정착했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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