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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결단만 기다리다 1년… 비핵화 철저한 로드맵 필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전문가 좌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5 17:53

수정 2019.04.25 17:53

남북대화 중단됐는데… 판문점 선언 이후 北비핵화 결단에만 초점
어떻게, 어디까지 비핵화 해나갈지에 대한 정밀한 확인 못한게 원인
북미 사이에 낀 한국… 한미 의견 일치한 비핵화 최종 상태
남북간 정의 같도록 北 설득하는게 당면 과제
4차 남북회담 의미…북미 서로의 패 다 보여
한국 과거와 같은 대화 견인자 역할 못해
상황 관리 가능하도록 북과 대화 끈 이어가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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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로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총 세 차례 만남을 가진 뒤 남북 관계를 개선·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를 계기로 6월 12일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비핵화를 목표로 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그러나 올 들어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가 악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운전자로도, 중재자로도, 촉진자로도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북·미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이견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4차 남북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를 구체화할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파이낸셜뉴스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의 과제를 이야기해 보고자 지상대담을 마련했다.

"北 결단만 기다리다 1년… 비핵화 철저한 로드맵 필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전문가 좌담]

"北 결단만 기다리다 1년… 비핵화 철저한 로드맵 필요"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전문가 좌담]


―지난해까지 남북 정상이 세차례 걸쳐 만남을 가지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올해 대화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원인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확인해야 할 일들을 소홀히 한 결과다. 작년 판문점 선언 이후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개념이 무엇인지, 어떠한 최종 상태를 목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비핵화를 할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과신하고, 북한이 마치 비핵화 결단을 내린 것처럼 대화를 진행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비핵화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일부지만 본질적으로 북·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의 거래조건이 안 맞다. 남북 문제가 본격 궤도로 가기 위해선 북·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결국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선 북·미 간 핵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 순조로운 비핵화 협상을 위해 북·미가 각각 취해야 할 것과 타협해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의외로 북·미 사이의 격차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완전한 비핵화'의 범주와 최종 목표를 합의하는 것은 비핵화 합의의 '의무 통과지점'이다. 북한도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한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영변의 범주도 '핵물질 생산시설 전체 폐기'로 합의하고, 실제 기술적 폐기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하는 묘안을 낼 수 있다. 충분히 타결 가능하다.

▲신범철 센터장=북한은 비핵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핵을 보유하겠다는 자세로는 협상이 진전될 수 없다. 결단의 증거를 위해 비핵화 개념에 대한 동의를 해야 한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모두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들의 핵능력을 어떤 단계를 거쳐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에 합의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북한이 비핵화 개념과 로드맵에 합의하면 이런 포괄적 합의하에 단계적 이행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을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태도 전환을 위해 우리 정부가 힘써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우리 정부를 향해 미국을 포함한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한다.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 정부는 북·미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는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핵포기를 의미하는 것인데, 앞으로 이 부분에서 남북의 정의가 일치하느냐 하는 부분이 문제가 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부분에서 북한을 설득한다면 향후 이행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우리의 영향력이 훨씬 커질 것이다. 하지만 한·미 간 의견 일치가 남북 간에는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김준형 교수=미국이 우리에게 원하는 건 중재자 역할이다. 북한을 설득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당사자가 되길 원한다. 중재자로서 자신들을 설득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교착상태를 끊겠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조건부 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것은 북한을 만족시킬 만한 내용이 아닐 것이다.

―비핵화 협상을 위해서는 남·북·미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중·러·일에 어떤 외교전략을 펼쳐야 하나.

▲홍민 실장=북·중, 북·러의 밀착이나 협력을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북·미 협상이 불투명해지고 성과가 나지 않을수록 비핵화를 결정하고 걸어온 김정은 위원장의 국내적 입지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중국,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국내적 권위와 위상을 관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궁극적으로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라는 플랫폼 속에서 완결되고 관리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해 왔던 한반도 비핵·평화 로드맵은 사실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의 유일한 경로이자 의무 통과지점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우정엽 센터장=현재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히 북한에 관한 문제뿐 아니라 이들 국가와 미국의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변국의 이해가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침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 비핵화 이후 북한에 경제적 대안 제공 과정에서 주변국들에 참여 기회가 충분히 있을 것,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핵협상을 정상화할 계기가 된다고 보는지. 또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기 및 결과에 대한 전망은.

▲김준형 교수=북·미의 패가 다 까지면서 나쁜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게 너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은 물밑으로 가서 내용적 중재안을 가지고 양측을 만나야 한다. 다만 남·북·미 모두 2017년으로는 못 돌아간다는 입장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좀 더 느긋하게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정엽 센터장=현재 상황은 2018년 6월 이전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남북 회담이 북·미 회담의 견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상황관리 차원에서 북한과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다만 그것을 북·미 회담의 선행지표처럼 내세우는 것은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 현 상황에서 향후 수개월 이내에 남북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다른 계산을 할 만한 변수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북·미 회담을 하기로 결정한 이후 우리와의 회담을 하나의 장치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에도 서로에 대한 개인적 호감을 드러내는 등 감정적 갈등은 피하고 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전망한다면.

▲신범철 센터장=3차 북·미 정상회담은 당분간 개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 변수들이 작동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경제상황과 미국의 대선이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이라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북정책의 성공요인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목적의 대화에서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철저한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견인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홍민 실장=현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북·미 협상 재개와 타결로 가는 길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고 남북정상회담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남북의 독자적 공간을 만들고, 한국의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프레임화하는 것이 북한을 견인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왜 자꾸 남북정상회담을 북·미 협상의 종속물로 만들려고 하는가. 거꾸로 남북만을 위한 정상회담 공간을 만드는 것이 결과적으로 미국을 움직이고, 북·미 협상을 촉진하는 길일 수 있다.

정리=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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