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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민간투자 확대와 기업가 정신/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9 17:06

수정 2019.04.29 17:06

경제에도 ‘하인리히 법칙’이 적용된다. 이 법칙은 미국의 여행자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하인리히가 사고의 인과관계를 계량적으로 분석해서 1930년대에 발표한 것이다. 1건의 중대사고는 그 이전에 29건의 사고가 있었고, 더 이전에는 300건에 달하는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는 ‘1 : 29 : 300 법칙’을 말한다.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도 그 이전의 수많은 경미한 사건이 누적된 결과였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직까지는 심각한 위기국면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점차 300건의 경미한 사고를 넘어 29건의 다소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저조했던 원인은 수출과 투자부진이었다. 수출은 전기 대비 2.6%, 설비투자는 무려 10.8%나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0.1% 감소했다. 이미 건설투자는 2017년에 정점을 기록한 뒤 작년에 4.0% 감소했고, 올해도 4∼5%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건설투자의 감소세는 과거보다 훨씬 가팔랐다. 건설투자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전환되는 기간이 과거에는 약 2년 반 정도 걸렸는데, 이번에는 약 1년만인 작년 2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당장 올해부터 생활SOC나 노후 인프라 투자 확대를 추진하더라도 주택투자 감소 폭을 만회하기 어렵다. 예타 면제 SOC사업이나 3기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지려면 2∼3년은 걸린다. 따라서 건설투자는 향후 2∼3년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내 경제성장률을 갉아먹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

정부의 대책방향은 옳다고 본다.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답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약 10%나 증가한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 편성이 이루어졌다. 6.7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까지 추진하고 있는데도 경제상황이 이 지경이니 더 이상 추가적인 재정투자 확대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설비투자 감소세가 심각한 만큼 민간투자 확대가 중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민간투자 확대를 견인할 것인가에 있다. 민간이 투자할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만약 강압적으로 민간기업에게 투자를 요구하면 ‘투자하는 척’하는 계획은 발표될 수 있다.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투자 여건의 조성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은 정책이나 제도가 투자 여건을 좌우할 것 같다. 소득주도 성장정책,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정부가 실제로 혁파할 의지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투자 여건 조성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기업가들이 신뢰해야 민간투자 확대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내 투자를 외면하고 해외 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기업의 작년 해외 직접투자액은 약 55조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약 11.6조원으로 재작년보다 31.5%나 폭증했다.

민간투자는 본질적으로 ‘기업가 정신’이 좌우한다.
미래에 대한 낙관론과 모험정신이 핵심이다.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가는 투자를 줄이고 고용도 줄인다.
정부가 기업가 정신의 고취를 통해서 민간투자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기업가의 기를 살리고 투자 여건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과 정책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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