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줄 수㎞ 달했던 강남 분양 모델하우스 '한산'
분양가 오르고 집값 불확실성 커지자 열기 식어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로또 아파트' 열풍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규제 여파로 집값은 떨어지는 반면 분양가는 올라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대출규제 강화로 돈줄까지 막히면서 진입이 어려워진 탓이다.
2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문을 연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그랑자이'(방배경남 재건축) 아파트 모델하우스 현장은 올해 첫 강남 분양단지임에도 예전처럼 긴 대기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델하우스 내부도 단지 모형 앞에 6~7명이 모여있을 뿐 비교적 한산했다.
같은 날 문을 연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일원대우 재건축) 모델하우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두 아파트 모두 올해 강남 재건축 첫 분양단지로 분양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둘 다 가까스로 주말에 접어들어서야 방문객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분위기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바로 맞은 편에 들어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의 경우 지난해 3월 분양 당시 모델하우스 문을 열기 전부터 구름인파가 몰려 대기줄이 수 킬로미터까지 이어졌다. 주말 3일동안 방문객이 7만명에 달했다.
이후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재건축 아파트 모델하우스마다 방문객이 몰려들며 인산인해를 이뤘고 소위 '흥행 대박'을 이어갔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에 비싸진 분양가가 분양 열기를 식혔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160만원이었다. 전용 84㎡의 분양가격이 14억원 내외였다. 당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7억원 가까이 저렴해 '7억 로또'로 불리며 분양열풍 기폭제가 됐다.
이번에 분양하는 방배 그랑자이와 디에이치 포레센트는 3.3㎡당 분양가가 모두 4500만원이 넘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근 분양 아파트의 110%까지 분양가를 인정해주면서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반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기존 아파트값은 하락해 새 아파트의 시세차익 기대감은 줄어들고 있다.
이 단지들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억원가량 저렴하지만, 옵션 등 부대비용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로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 두 아파트 모두 가장 저렴한 분양가가 10억1200만원, 11억5330만원에 달해 중도금 대출 불가다. 정부 대출 규제로 분양가 9억원 이상이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한마디로 현금 10억원 이상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의 입지좋은 분양단지라도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경우,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올초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분양 초기 중도금 대출 보증이 막히면서 전체 분양물량(730가구)의 94%인 685가구가 미분양됐다. 이후 시행사가 자체 보증에 나서 중도금 대출을 지원하면서 미분양이 줄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정부 규제로 강남 집값 불확실성이 커지고 돈줄이 묶여버린 상황에서 더는 '로또 아파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는 만큼 강남 분양 단지라도 예전과 같은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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