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133조 투자 '정부와 협력'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시스템 반도체 육성 대책'을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확실한 1등을 하겠다. 꼭 해내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삼성전자를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부처 장관, 국회, 학계, 업계 관계자 280명 앞에서 "메모리반도체는 독보적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와 팹리스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시스템반도체 육성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삼성의 파운드리 세계 1위 전략 목표를 제시하면서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한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인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1.5배 큰 거대 시장으로 성장잠재력이 높다. D램 등 메모리와 달리 경기변동 영향도 적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인한 수요 폭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3%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 기업 가운데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와 통신칩을 설계·생산하며 미국 퀄컴과 경쟁하고 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서도 세계 첫 7나노(nm, 나노미터) EUV(극자외선)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1위 대만 TSMC를 바짝 추격 중이다.
삼성은 투자 확대와 상생 의지도 밝혔다. 이 부회장은 "말씀하신 대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며 "반도체 생태계 조성, 상생, 협력을 말씀하셨는데 늘 잊지 않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IP, 아날로그 IP, 시큐리티(Security) IP 등 삼성전자가 개발한IP(Intellectual Property, 설계자산)를 호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삼성 방문은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에 화답하며 내놓은 133조원의 투자계획에 대한 답방의 의미도 담겼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 133조 투자 플랜을 담은 삼성의 '반도체 비전2030' 발표는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나선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방침에 발맞춘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국내 중견·중소 팹리스 경쟁력이 취약하고,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가능한 기업이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미미한 산업적 토대 위에 비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쌓아올리려는 정부 입장에선 막대한 투자 집행이 가능한 삼성전자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여 파운드리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며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주요 대기업 총수 등이 참석한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 후 경내 산책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의 진출은 어떻느냐"고 질문했고 이 부회장은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둘러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방안을 마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운드리 세계 1위 도약 '비전2030' 발표
문 대통령을 맞은 이 부회장도 파운드리 세계 1위 도약을 위한 삼성의 상세 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김기남 부회장 등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 등과 함께 EUV 공정 7나노 웨이퍼·칩 출하식에 참석했다.
1위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처음으로 7나노 EUV 공정으로 양산되는 칩인만큼 세계 반도체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날 출하되는 칩은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갤럭시노트10'에 들어가는 세계 첫 EUV 7나노 AP이다. 이후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EUV동 건설현장을 방문, 공정 진행 상황과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 직원을 격려했다. 삼성전자가 건설중인 클린룸 1만2000평 규모의 화성사업장 EUV동은 2020년 2월 가동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화성사업장 EUV 신공장은 삼성전자의 향후 시스템반도체의 중심이 될 곳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분야에서 가장 공을 들이며 투자하고 있는 분야가 EUV 공정 개발이기 때문이다. 향후 삼성의 파운드리 승부수가 이곳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업계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기술을 적용한 첫 7나노 공정은 삼성보다 업계 순위가 높았던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공정 개발을 포기할 정도로 기술 난이도가 높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될수록 노광(사진기와 같은 원리로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프린팅하는 과정) 기술이 중요한데, EUV를 사용하면 공정수를 줄일 수 있어 생산성이 향상된다. 다만 1대에 2000억원에 육박하는 장비 가격과 까다로운 기술이 문제다. 인텔도 EUV 공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기술장벽이 매우 높았음에도 삼성은 TSMC보다 먼저 7나노 EUV 공정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다음세대인 5나노까지 최근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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