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측 "법 숙지 못했지만 반성"…이명희 측 "혐의 부인"
檢, 조현아 벌금 1500만원·대한한공 벌금 3000만원 구형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박승희 기자 =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의혹을 받는 한진가 모녀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5)에게 검찰은 15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2일 오전 진행된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과 3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입국시킨 뒤 고용했다고 봤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측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출산해 회사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편의를 구하고자 가사 도우미를 구하게 됐다"며 "법적인 부분을 숙지하지 못하고 잘못을 저질렀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부친이 운명을 달리하는 슬픔 속에 남편으로부터 이혼 소송까지 당하면서 아이들 혼자 육아를 책임지게 됐다"며 "법 위반에 대한 인식과 의도가 없었다는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측도 "위법행위에 관여했다는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과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법을 준수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조 전 사장에 앞서 재판을 받은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70)은 첫 재판에서 "불법인지 몰랐고, 지시를 하거나 관여한 바도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이사장 측은 "가사도우미를 부정한 방법으로 국내에 입국시켰다는 사실은 최근 이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6명을 위장·불법 입국시킨 뒤 고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이사장이 한진그룹 회장 비서실에 가사도우미 선발을 지시하면 인사전략실을 거쳐 필리핀지점에 지시 사항이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받은 임직원들은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도우미를 뽑은 뒤 이들을 대한항공 필리핀 우수직원으로 본사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처럼 가장해 D-4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지점에 재직하는 외국인을 국내로 초청하는 연수프로그램도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필리핀 여성 6명이 허위초청돼 국내 입국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주거지에서 일할 수 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구해달라고 비서실 직원에게 부탁만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간에서는 재벌가 사모님이니까 모든 것을 지시·총괄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부탁만하면 알아서 밑에서 초청해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질적으로 고용한 가사도우미도 검찰이 주장하는 6명이 아닌 3명에 불과하며 2016년 8월 관련 뉴스 기사를 접한 뒤 이 전 이사장이 "불법이면 당장 돌려보내야겠다"고 해 가사도우미를 돌려보낸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이사장 또한 발언 기회를 얻어 "일하는 사람의 여권도 회사가 가지고 있어 때가 되면 (체류기간 연장을) 해주고 했다"면서 "(일한 기간이) 오래되고 우리랑 잘 맞고 본인도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으니 (일하는 것을) 하는 것은 좋다는 말을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사장은 이날 재판을 마친 뒤 귀가하지 않고 자신의 재판에 뒤이어 곧바로 진행된 딸 조 전 부사장의 재판을 방청석에 앉아 지켜봤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법정을 빠져나가는 딸의 어깨를 감싸안고 "엄마가 잘 못해줘서 미안해. 수고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